구광모, LG 미래 포트폴리오 A·B·C 챙긴다…사장단 워크숍서 중장기 경영전략 점검

시간 입력 2023-09-27 07:00:00 시간 수정 2023-09-26 17: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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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영 상황 어려워…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신성장동력 육성”
고객 가치 경영 내재화도 속도…“고객 삶 바꾸는 감동과 경험 선사해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살피기 위해 전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모았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달리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도모하고 미래 성장사업을 재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 분야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LG는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계열사별 중점 사업을 점검하고, 중장기 전략 방향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LG와 재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사장단 워크숍 행사를 직접 주재했다.

앞서 2020~2021년 워크숍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LG는 지난해부터 다시 오프라인으로 바꿔 개최하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는 LG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사업본부장 등 3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홍범식 LG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현신균 LG CNS 사장 등이다.

지난해 9월 29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서 발언 중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올해 워크숍의 화두는 단연 하반기 경영 상황이었다. 당초 올 상반기에 제기된 장밋빛 전망과 달리 하반기 경기회복 국면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 역시 올 5월 31일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는 산업 현장 곳곳에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374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90.6을 기록했다. BSI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직전월보다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산업 활력 저하,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여파로 생산·소비·투자의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올 하반기 경기 반등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실적부문에서 선방해 온 LG 역시 하반기들어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LG 주요 계열사가 올 상반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이 대표로 있는 ㈜LG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59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288억원 대비 27.8% 감소한 수치다. ㈜LG는 배당과 상표권을 주 수익으로 하는 만큼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면 덩달아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29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 중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 회장은 그룹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ABC 분야로 신성장동력을 삼고, 미래 사업 역량 키우기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그룹은 ABC 분야에서 향후 1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구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LG는 AI·바이오·클린테크 등에 향후 5년 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우선 LG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거대 AI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다.

지난 7월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를 선보인 지 1년 7개월여 만에 한층 진화한 ‘엑사원(EXAONE) 2.0’을 세상에 전격 공개했다. LG는 챗GPT를 뛰어넘는 전문가용 대화형 AI를 비롯해 화학·바이오 분야 등에서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 AI, 인간의 창의적 발상을 돕는 AI 등 ‘상위 1% 전문가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자신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 간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LG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이나 대사 질환(비만,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정복하는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클린테크 사업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최근 LG는 각 계열사에 클린테크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한 바이오 소재 활용 친환경 플라스틱 및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 기술 강화에도 나섰다.

AI·바이오·클린테크 등에 대한 구 회장의 관심은 절대적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중추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 연구 거점인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구 회장과 LG 주요 경영진들은 ABC 산업의 미래 포트폴리오 방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때부터 강조해 온 ‘고객 가치 경영’ 내재화 방안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고객 가치 경영은 구 회장이 줄기차게 강조해 온 경영기조다. 구 회장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다. 취임 후 첫 신년사를 내놓은 2019년엔 ‘LG가 나아갈 방향이 고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0년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하자고 주문했다.

지난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시한 구 회장은 올해 전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들어 나갈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 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더 높은 고객 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을 ‘고객 가치 크리에이터(Customer Value Creator)’라고 칭하고, “구성원 각자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가치를 모으고,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8월 21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 치료제 생산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이 두 달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구 회장과 LG 사장단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는 다음달 초부터 프랑스 파리 도심에 있는 전자 제품 및 도서 유통사 ‘프낙(FNAC)’ 매장 4곳의 대형 전광판에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하는 광고를 선보이기로 했다. 또 올 11월 말까지 유럽 주요 도시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또한 구 회장을 비롯한 LG 주요 경영진은 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발표되기까지 주요 전략 국가를 대상으로 유치 교섭 활동을 적극 이어간다는 데 뜻을 모았다.

LG는 올해 사장단 워크숍을 바탕으로 다음달 계열사별로 하반기 사업 보고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하반기 사업 보고회에서는 한 해 경영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 계획과 목표를 설정한다.

한편 이번 워크숍이 다가오는 연말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매년 11월에 진행되는 LG그룹 사장단 인사 직전에 실시되는 워크숍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LG의 정기 인사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사장단 워크숍은 주요 경영진의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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