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수·한남 편집숍 같아요”…신세계 강남점 ‘뉴스트리트’ 가보니

시간 입력 2023-09-12 07:00:01 시간 수정 2023-09-12 09: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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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된 모자 사러…평일 오전부터 대기줄 선 ‘이미스’
‘고프코어’ 트렌드에…K2·아크테릭스 브랜드도 이전
다른 백화점도 팝업이 많아 차별성 없다는 고객도 있어

11일 신세계백화점 8층 뉴스트리트 ‘이미스(emis)’ 매장에서 손님들이 쇼핑하는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11일 신세계백화점 8층 뉴스트리트 ‘이미스(emis)’ 매장에서 손님들이 쇼핑하는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이 두 달간의 재단장을 마치고 지난 주말 ‘뉴 스트리트(NEW STREET)’를 공개했다. 뉴 스트리트는 신세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정조준해 조성한 스트리트 패션 전문관이다. 부산 센텀시티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브랜드들과 신 명품으로 부상한 신진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방문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하철 세 개 노선의 환승역이자 전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터미널이 들어선 고속터미널역과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평일인 이날도 오전부터 많은 방문객들이 백화점을 찾았다. 각층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8층 재단장을 알리는 표지판이 놓였다.

신관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8층에 오르자 가장 먼저 ‘이미스(emis)’ 매장에 젊은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매장이 협소해 구경을 위해서도 대기를 해야했다. 오전 11시 30분쯤 매장 입구에 있는 태블릿으로 예약을 했는데 이미 20팀 이상이 대기 예약을 걸어둔 상태였다.

이날 이미스 매장에서 만난 20대 정모 씨는 “이미스 브랜드가 생겼다는 걸 알고서 강북에서 왔다”라며 “몇몇 모자가 온라인 공식몰에서는 품절됐는데 여기에는 재고가 있어 구매했다”고 답했다. 

30대 김모 씨도 여러개의 모자를 구매했다. 김씨는 “주변 지인들 것들까지 사다주느라 많이 구매했다”라며 “온라인서는 품절돼 정가에 구매하기 힘들다”고 했다.

MZ 브랜드로 유명세를 탄 이미스는 국내 디자이너가 2021년 론칭한 신진 브랜드로 가방과 모자가 시그니처 제품으로 꼽힌다. 특유의 색감과 심플한 영어 로고가 특징이다. 뉴스트리트와 유사하게 먼저 차려진 부산 센텀시티점 ‘하이퍼그라운드’ 입점 브랜드 중에서는 출시 이후 한 달 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패션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매장에 놓인 마네킹 <사진=김연지 기자>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 매장에 놓인 마네킹 <사진=김연지 기자>

신세계의 소개대로 우알롱, 프로젝트, MMLG 등 젊은 세대 패셔니스타들이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신진 국내 브랜드들이 8층 중앙부에 자리잡았다. 각 브랜드 콘셉트를 살린 인테리어와 독특한 진열이 기존 백화점의 정제된 느낌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줬다.

30대 이모 씨는 뉴 스트리트 공간에 대해 “성수, 한남 편집숍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유행하는 옷차림을 한 20대들이 계속 보이고, 자사 브랜드 제품으로 힙하게 차려입은 어린 직원들을 보니까 한남, 성수동에 있는 편집숍 거리랑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중년세대와 친숙한 등산복 브랜드들도 다수 들어섰다. 지난해 젊은세대 사이에서 ‘고프코어룩(Gorpcore)’이 트렌드로 떠오른 점을 고려한 배치로 풀이된다. 고프코어란 야외활동을 상징하는 ‘고프(gorp)’와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고프코어룩은 등산복 등 기능성 의류를 일상복으로 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날 아크테릭스 직원은 “원래는 지하에 있었는데 이번 (MZ 전문관) 리뉴얼 공사를 하면서 이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아크테릭스 뿐 아니라 블랙야크, 살로몬, 스토우피크, K2등의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8층에 자리 잡았다

신세계백화점 8층 매장 안내도 <사진=신세계백화점 홈페이지>
신세계백화점 8층 매장 안내도 <사진=신세계백화점 홈페이지>

몇몇 방문객들은 뉴스트리트에 대해 실망한 모습도 보였다. 매장 안에서 만난 20대 김모 씨는 “일부러 올 정도로 새로울 건 없었다”라며 “요즘에는 백화점에서 이런 신규 브랜드도 팝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도 “이미스, MMLG 등이 있는 공간 말고는 다른 백화점과 차별점을 못느꼈다”고 말했다.

8층은 팝업 공간인 ‘더 스테이지’를 사이에 두고 좌, 우로 구역이 나뉜다. 그중 좌측에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모아둔 뉴 스트리트가 우측은 스포츠 브랜드로 이뤄진 ‘베이직 스포츠’구역이 있다. 실제로 중간 부분의 신규 입점 브랜드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디다스, 데상트, 컨버스, 푸마, 나이키 등 여느 백화점에나 있을법한 브랜드 매장이 대부분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이 같은 변화를 단행한 건 앞서 센텀시티점에 MZ전문관을 조성한 이후 성과를 거두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2월 센텀시티점에 스트리트 패션·신진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 ‘하이퍼그라운드’를 오픈했다. 이후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2030세대 고객이 각각 101%, 87% 늘었다. 같은기간 부산 외 지역에서 방문한 고객 수도 전년 동기 대비 60%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MZ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브랜드를 모은 뉴 스트리트를 새롭게 선보인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공간 혁신과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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