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엔비디아 GPU ‘A100’과 동등한 성능의 GPU 개발 성공
美 제재 불구 중 AI 반도체 독자 개발…“중국 AI 기술 발전 기여”
엔비디아, 화웨이에 중국 반도체 시장 고스란히 뺏길 처지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엔비디아에 버금가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제조에 성공하면서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4일 테크스팟(TechSpot), 테크파워업(TechPowerUp) 등 복수의 IT 전문 매체에 따르면, 중국 AI 업체 아이플라이텍(iFlytek)의 설립자인 리우 칭펑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열린 ‘2023년 Yabuli 중국 기업가 포럼’에서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GPU ‘A100’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 GPU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리우 CEO는 “화웨이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 A100과 유사한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는 중국 AI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대(對) 중국 제재를 연일 강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날로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 첨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미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 장비를 통해 반도체를 제조하고,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강도 높은 대중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해당 조치는 △18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한 로직 칩(16nm 내지 14nm)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9일엔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AI, 양자 컴퓨팅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 명령도 발표하기도 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해당 조치로 안보 이익에 직결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전면 금지되고, 다른 민감한 투자에 대해서는 신고가 의무화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화웨이 본사. <사진=화웨이>
미국 정부가 대중 제재 수위를 높이자 중국 정부는 화웨이를 앞세워 첨단 반도체 기술 역량 키우기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로이터 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비밀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SIA의 주장을 인용해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자체 반도체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IA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선전시로 부터 약 300억달러(약 39조702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화웨이는 최소 두곳 이상의 반도체공장을 인수하고, 새로운 공장 3개를 더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강화된 반도체 기술 역량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에 버금가는 GPU를 개발하면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켜 온 엔비디아 역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핵심 반도체 시장인 중국을 화웨이에 고스란히 뺏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전 세계 수요의 3분의 1인 1800억 달러(약 226조 9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이 내건 조치들로 인해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 내 기업에 A100을 단 하나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AI 열풍에 힘입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화웨이에 AI 반도체 고객사를 모조리 빼앗기게 되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이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황 CEO는 파이낸셜타임스(TF)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만 도와줄 것이다”며 “미국 반도체 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주도권을 영원히 잡지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대중 판매를 금지할 경우 미국 반도체 업체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영구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을 잃을 수는 없다”고 염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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