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 한파…삼성·SK는 고용 늘린다

시간 입력 2023-08-04 17:37:31 시간 수정 2023-08-04 17: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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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2분기 순이익 18억300만달러…전년대비 52% 급감
모바일 칩 판매 감소 탓…퀄컴 “인력 감축 통해 비용↓”
‘어닝쇼크’ 삼성·SK도 구조조정 돌입하나, 불안감 확산
K-반도체는 ‘인재 중시 경영’ 이어간다…고용 지속 확대

미국 퀄컴 본사. <사진=퀄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 수요 감소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모바일용 반도체 업체 퀄컴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이 1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마저 제기되면서 퀄컴은 구조조정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한파로 허덕이고 있는 K-반도체 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비해 고용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이고 있다.

퀄컴의 올 2분기(회계연도 2023년 3분기) 매출액은 84억5100만달러(약 10조9863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한 수치다.

순이익은 더욱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8억300만달러(약 2조343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나 급감했다.

퀄컴의 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은 스마트폰 부문 매출 축소 탓이다. 현재 퀄컴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칩 설계 및 공급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부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상당히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퀄컴의 스마트폰 부문 2분기 매출은 52억6000만달러(약 6조838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나 감소했다.

퀄컴은 이와 관련해 “거시 경제 악화와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새로운 칩을 주문하기보다 기존 재고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2. <사진=퀄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하면서 모바일용 반도체 주문량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퀄컴은 “중국 최대 통신 업체인 화웨이에 5G 칩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향후 화웨이에 추가 판매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퀄컴은 더 험난한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쳤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를 통해 “여전히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재고 감소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비상 경영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 감소했다. 이에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암울한 전망에 퀄컴의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증권 시황에 따르면 퀄컴은 3일 종가 기준 118.7달러로 장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129.27달러 대비 8.18%(10.57달러)나 하락한 수치다.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퀄컴은 결국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퀄컴은 “추가 비용 절감을 계획하고 있고, 대부분 인력 감축을 통해 달성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실적 부진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 여파가 국내 반도체 업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의 올 2분기 매출액은 60조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조2000억원 대비 22.27%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1000억원과 비교해 무려 95.25%나 급감했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매출액은 7조30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8110억원 대비 47.1%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 갔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조8821억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4조1926억원의 흑자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적 악화 추세가 장기화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소모품비, 해외 전시·행사 운영비와 관련 출장비 등을 50% 가까이 축소시켰다. 임직원에 지급되는 목표 달성 장려금(TAI)도 큰 폭으로 줄였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임원 관련 예산을 50% 삭감했다. 팀장 관련 예산도 30% 줄어들었다. 올해 투자 규모 역시 50% 이상 감축키로 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 나간다.

K-반도체 업체들은 이처럼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력 감원 등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삼성·SK는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을 늘린다는 목표다.

그간 삼성·SK는 꾸준히 고용을 확대해 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475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순고용 인원은 2275명으로 집계됐다. 순고용 인원은 국민연금 신규 자격 취득자에서 자격 상실자를 뺀 수치로, 순증감 인원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국민연금 자격 누적 취득자는 5839명, 누적 상실자는 3564명 등이었다. 정년 퇴직 등으로 인해 삼성을 떠난 임직원보다 새로 고용된 임직원이 훨씬 많은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500대 기업 중에서도 순고용 인원이 가장 많은 기업에 등극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순고용 인원이 2000명을 넘겼다. ‘반도체 한파’로 인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용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삼성은 더욱 주목받았다.

실제 삼성은 꾸준히 고용을 늘려 왔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순고용 인원은 3225명에 달했다. 하반기엔 무려 3543명이나 됐다.

이는 ‘인재 중시’ 경영을 강조해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올 2월 17일 최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살피기 위해 방문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용이 늘었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순고용 인원은 107명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의 국민연금 자격 누적 취득자는 1341명, 누적 상실자는 1234명 등이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도 신규 채용을 늘린 셈이다.

SK는 지난해에도 고용 확대에 힘썼다. 지난해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순고용 인원은 374명이었고, 하반기엔 1423명에 달했다.

이러한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채용 시즌에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인력을 뽑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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