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LG전자에 ‘고객 가치 경영’ 심는다…“2030년 ‘매출 100조’ 목표”

시간 입력 2023-07-12 17:59:57 시간 수정 2023-07-12 18:11:05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구 회장, 그룹 주축 LG전자에 ‘고객 가치 경영’ 전면에
Non-HW 혁신·B2B 성장·신사업 육성 등 3대 축 가동
전장·공조·전기차 충전·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승부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5년 간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면서도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LG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이같은 성과를 발판 삼아 구 회장은 신사업을 기반으로 한 미래경영에 더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5월 31일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고객’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해 온 구 회장이 LG그룹 내에 주력 계열사에 ‘고객 가치’라는 DNA를 심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 회장의 경영기조가 가장 먼저 반영된 곳이 LG전자다. LG전자는 12일 가전 제품을 주력으로 한 제조 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객 접점과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3대 성장동력을 확보해 2030년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 중인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오창영 기자>

◇조주완 “고객의 다양한 공간·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

LG전자는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를 열고,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LG전자 CEO(최고경영자)인 조주완 사장을 비롯해 이삼수 CSO(최고전략책임자), 류재철 H&A 사업본부장, 박형세 HE 사업본부장, 은석현 VS 사업본부장, 장익환 BS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조 사장은 시장 트렌드와 사업 환경 변화 속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성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경영 환경으로 △서비스화(Servit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기화(Electrification) 등을 꼽고, 이를 위해 3C 2S(△Connectivity(연결성) △Care(관리) △Customization(맞춤화) △Servitization(제품의 서비스화)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경험 영역에 더 집중해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접점을 모색한다는 것이 골자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 중인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오창영 기자>

양적 성장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LG전자는 2030년을 목표로 ‘트리플 7(연평균 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 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이노텍을 제외하고 지난해 65조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2030년 100조원을 넘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Non-HW(하드웨어) 혁신 △B2B(기업 간 거래)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들 성장동력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께 각각 50%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25조원 이상, 설비 투자 17조원 이상, 전략 투자 7조원 등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조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사업 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며 “이러한 목표를 향해 일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리인벤트함으로써 새로운 LG전자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 중인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오창영 기자>

◇기존 제품에 Non-HW 결합해 수익 지속 창출…순환형 모델 혁신

LG전자가 고객 접점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꼽은 3대 성장동력중 Non-HW는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 중심 사업 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독 서비스, 솔루션 등 무형의 사업에서도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 세계 고객이 사용 중인 수억대의 LG 제품에 Non-HW를 결합해 수익을 내는 순환형 모델로 혁신한다는 게 LG전자의 목표다.

먼저 TV 사업에서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2억대 이상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web(웹) OS를 앞세워 대전환을 꾀한다. TV 사업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서비스·광고 영역을 더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전환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향후 5년 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광고 기반 무료 방송 ‘LG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3000개가 넘는 채널 수를 자랑하는 LG 채널 서비스 국가와 이용자는 지난해 25개국, 2000만명에서 올해 29개국, 4800만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생활가전 사업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 가전을 더 진화시켜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한 ‘HaaS(Home as a Service)’를 지향한다. 특히 홈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해 집 안 전체를 아우르는 ‘홈 솔루션’ 사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발언 중인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오창영 기자>

◇B2B 성장 토대로 전장·공조·빌트인 키운다

전장, 공조, 빌트인 등 분야에서 B2B 성장도 더욱 가속화한다. 조 사장은 “기존 B2C(기업·고객 간 거래)에서 체화된 LG전자의 고객 중심 DNA를 바탕으로 커머셜, 모빌리티, 가상 공간 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LG전자는 B2B 성장을 앞세워 전장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이에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소프트웨어)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도 모색한다. 이에 전장 사업의 수주잔 고는 올해 말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 또한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배 이상 확대해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고효율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전자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R&D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구축키로 했다.

빌트인 사업의 경우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을 겨냥해 ‘글로벌 톱5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버티컬(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전자 미래 비전 발표회’. <사진=오창영 기자>

◇전기차 충전기 뿐만 아니라 통합 솔루션까지 제공…디지털 헬스케어도 육성

LG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전기차 충전 등 잠재력이 높은 신사업 육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가 중심이 돼 전략적 투자를 이어간다. NAIC의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미 원격 의료 기업 암웰과 함께 북미에서 비대면 원격 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예방과 사후관리 영역으로의 확장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를 통해 국내 시장에 맞춘 제품 4종을 출시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는 연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생산 기지 구축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조 사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충전 솔루션 업체로도 도약하겠다”며 “전기차 충전 사업을 조 단위 매출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자신했다.

메타버스 사업에서는 폭넓은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LG전자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 업체와 혼합 현실(MR) 기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증강 현실(AR) 기기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R 글라스 고도화 및 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 사장은 신사업과 관련한 M&A(인수합병)과 JV(합작 법인) 설립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슴지 않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