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대가 온다] ① 메모리 강자 ‘K-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중국에도 뒤져

시간 입력 2023-06-09 07:00:01 시간 수정 2023-08-24 1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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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2026년께 861억달러로 성장
‘챗GPT 열풍’에 빅테크 기업 중심 AI 서비스 개발·투자 속도
AI 반도체 성장 불구 시스템 반도체 시장서 한국 위상 약해
韓 지능형 반도체 기술 수준, 미국 대비 89% 수준 불과
중국(92.5%)보다도 3.3%p↓…정부의 실질적 지원 전무 탓

‘챗GPT’발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 필수로 탑재되는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이를 확보하려는 빅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해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GPU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전 세계 GPU 시장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시총)이 1조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AI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간 AI 패권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AI 반도체 산업 실태를 살펴보고, 정부·기업이 AI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챗GPT가 불붙인 생성형 AI 붐이 확산하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당장, 인텔, 엔비디아, Arm, AMD 등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들이 AI 시장 확산과 더불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삼성,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하는 ‘K-반도체’ 진영은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AI 서비스 구현을 위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반도체 선도기업 성공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553억1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444억4000만달러 대비 24.5%(108억7400만달러)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연평균 19.9%씩 증가해 2026년께 860억79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불과 3년 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9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 것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본격화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실제 챗GPT 등 AI 서비스 구현에 필수인 AI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GPU의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GPU는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장치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거대언어모델(LLM)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GPU가 반드시 필요하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고도의 작업을 매우 빠르게 해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GPU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챗GPT 열풍으로 AI 서비스 개발과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이를 작동하기 위한 서버 용량도 커지면서 GPU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 이전 버전에는 약 1만개의 GPU가 필요했다. 그러나 업데이트된 챗GPT 최신 버전에는 전보다 3~5배 많은 3만~5만개의 고급 GPU가 요구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GPU 부족 사태가 확산하자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 행사에서 “현 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훨씬 어렵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미국 엔비디아. <사진=연합뉴스>

다수의 빅테크 기업 CEO들도 한 목소리로 AI용 반도체 부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라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샤론 저우 CEO는 “GPU 공급난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누구를 아는지가 중요해졌다”며 “GPU 부족이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심화됐던 화장지 품귀 현상 같다”고 하소연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GPU 병목 현상이 심각하다”며 “챗GPT를 쓰는 사람이 적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GPU와 마찬가지로 AI용 중앙처리장치(CPU), 신경망처리장치(NPU),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등 다양한 AI 반도체 수요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 AI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8.5%에서 2025년 19.5%로 두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텔, 엔비디아, Arm, AMD 등 주요 AI 반도체 업체들을 향한 빅테크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에 취약한 K-반도체는 상대적으로 AI 시대 진입에 따른 성과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능형 반도체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100%) 대비 89.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92.5%)보다도 3.3%p나 뒤처진 것이다.

중국은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통합한 PIM 기술 등 지능형 반도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I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기술 격차는 1.1년이었으나 중국과 미국 간 기술 격차는 0.7년에 불과했다.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그간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육성에만 너무 몰두한 탓에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초격차 전략에 힘입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20여 년 간 선두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나 국내 AI 반도체 업체 대다수는 영세한 벤처기업, 중소기업인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AI 반도체 업체 가운데 매출이 10억원이 채 안 되는 기업이 4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100억원 미만 기업도 23.1%나 됐다. AI 반도체 업체 3곳 중 2곳이 매출 100억원 미만의 영세 기업인 셈이다.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더디게 성장한 것은 정부의 실효성 높은 지원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국내 AI 반도체 기술 개발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이유에 대해, 해당 AI 반도체 업체의  27.3%가 국가 차원의 AI 반도체 기술 개발 지원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22.7%의 업체들은 AI 반도체 핵심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AI 반도체 업체들의 하소연이 쏟아져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이달 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달 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박완주 의원 주최 ‘12대 국가전략기술 전문가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오창영 기자>

이 자리에서 국내 AI 반도체 업체들은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웅 사피온코리아 팀장은 “국내 AI 반도체 업체들이 세계 1위 엔비디아의 GPU와 직접 맞붙기엔 쉽지 않다”며 “정부가 여러 사업을 통해 믿고 써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범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도 “과거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취득하면 모든 공공 기관에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투자해 인증을 받았지만, 막상 시장에 가보니 국가정보원의 보안 규정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국내 레퍼런스를 가지고 그대로 수출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챗GPT의 등장과 함께 초거대 AI에 대한 개발 경쟁이 심화하면서 AI 연산에 최적화한 AI 반도체 개발의 필요성 역시 증대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점차 축소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 산업 생태계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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