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주가-장부가 비율, 선진국 52%·신흥국 58%에 불과
한국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 20%대…선진국 40%대의 절반 수준 ‘짠물배당’
당국, 배당절차 개선 법적근거 마련…기업의 자발적 배당상향 요인 역부족 지적도
한국 증시의 오랜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각계 논의와 제도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선언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시장 체감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태생적 한계가 경제규모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성 강화, 이사회 선진화, MSCI 선진지수 편입 등 자체적으로 시장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글로벌 속 자본시장 성장 방안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 해소’를 국정과제로 내걸며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세계 시장 속 우리 증시의 저평가 현상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상장기업이 비슷한 수준의 해외 상장기업 대비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2000년대 초부터 20년 넘게 나타나 오면서 국내 기업과 주주들을 힘들게 하는 ‘고질병’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대내외적 요인이 얽혀 있는 만큼 아직까지 뚜렷하게 해소되지 않는 상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주가 대 장부가 비율은 1.2 수준으로 선진국(2.2)의 ‘절반’ 수준인 52%에 불과하며 심지어 신흥국(2)에 비해서도 58%밖에 되지 않는다.
주가-수익 비율 역시 우리 상장기업의 비율이 가장 낮게 나왔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주가-수익 비율은 17.0으로 선진국(22.2), 신흥국(21.3), 아시아태평양(20.4)에 비해 17~23% 가량 낮게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정학적 불안에 주주가치 제고 외면까지 원인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으로는 크게 △남북 분단 등 지정학적 요인 △낮은 주주환원 수준 △지배구조 및 이사회에 대한 시장의 낮은 신뢰도 등이 지목된다.
먼저 지정학적 요인이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의 ‘이벤트’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역학관계도 수시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외국인의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적인 요인 외에도, 기업 및 시장의 자체적인 문제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 주요 기업 대비 낮은 주주환원 수준이다.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이 해외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쉽게 말해 돈을 벌어들인 만큼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공유하는 데 소극적인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말 기준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26.7%에 불과해 서구권 국가인 미국(41%), 영국(56.4%), 프랑스(45.4%) 대비 크게 낮으며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31.1%) 및 중국(28.4%)보다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짠물 배당’은 수년째 지적돼 왔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배당성향을 공시한 8개사의 최근 5개년간(2018~2022년) 평균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연도별로 시장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뚜렷한 증가세는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시총 상위 8개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66.49%로 나타났으나 △2019년 40.73% △2020년 –42.73% △2021년 47.05% △2022년 5.18%로 나타났다. 이 중 적자로 인해 음수(-)가 나온 2020년 LG화학(-792.47%), 2022년 포스코홀딩스(-194.55%)를 각각 제외하면 2020년 평균 64.38%, 2022년 33.71%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의 경우 전체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35%)에 비해 다소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으나, 당국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을 보였다.
◆당국,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깜깜이 배당’ 해소 나서…근본적 개선에는 역부족 지적도
국내 기업이 이처럼 배당에 인색한 이유 중 하나는 매년 배당액을 결정함에 있어 투자자들에게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일명 ‘깜깜이 배당’이라고 불리는 관행이 그것이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은 대체로 연말께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후 이듬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액수를 확정하고 있다. 즉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받을 배당금의 규모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를 하게 되는 현실이다.
이 같은 관행은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깜깜이 배당’으로 지적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실제로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한국의 주가지수를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지 않은 이유로 글로벌 표준을 따르지 않는 한국만의 배당 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깜깜이 배당을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권상장 법인의 이익배당 결산기일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해당 법안의 골자다.
이번에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모든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배당기일을 배당액 결정 이후로 조정,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주가를 부양시키고, 이익을 주주들과 환원할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협의회 대표는 “세계적으로 거의 ‘꼴지’ 수준인 주주환원 배당률을 선진국 수준을 끌어올려 선순환 생태계를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과 대주주들은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하지 않고 심지어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올리지 않는 행태가 왕왕 일어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세율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부분이 있다”며 “이를 당장 인하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인하를 고려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부양 및 이익 공유에 나서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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