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도입 확정…가격경쟁력 유지하려면 탄소 배출 줄여야
정부,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 11.4%로 하향 조정했지만 부담은 커
일부 대기업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제시…목표 달성까지 장애물 많아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실현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내놓은 상태라 국내 산업계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탄소중립 실현 시점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며 과제가 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물론 신기술 개발도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국내 기업들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제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산업계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탄소중립 실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들은 저탄소 제품에 대한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설정하고,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탄소중립이 무역장벽으로 작용
탄소중립 시작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파리협정)을 통해서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도 2016년에 파리협정을 비준했고, 탄소중립 실현에 나섰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강제성을 띈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195개 당사국은 2024년부터 ‘격년투명성보고서’를 2년마다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사국이 탄소감축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에 얼마나 투자하고 기술을 이전했는지 등을 살펴본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각국에서는 탄소중립 의무화를 선언하거나 법제화했다. 특히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탄소중립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고,EU는 2021년 7월 온실가스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입법안을 발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CBAM 도입을 결정했다.
CBAM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의 배출량에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다. 10월부터 2025년까지는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인증서를 구매·제출하도록 강제한다.
국내 기업들도 이를 준수해야 한다. 오는 10월부터 수출 품목에 대한 탄소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EU 수입업자로부터 CBAM 인증서를 구입해 EU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역시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EU의 CBMA 도입 움직임이 나타났을 때 미국에서도 도입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원의원들도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향후에는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결국 결국 국내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시급해졌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 규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EU의 CBMA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 단위당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원재료 입고 시점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탄소배출 공정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및 증빙서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전담팀을 구축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다른 국가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 확산된다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EU가 2034년까지 적용 대상 제품을 늘려나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서도 탄소중립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국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정해 발표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여야 한다는 내용은 같았지만 부문별로 감축해야 하는 목표에 변화를 줬다.
특히 산업 부문에서 감축률에 변화가 나타났는데 기존에는 감축률이 14.5%였지만 11.4%로 조정됐다. 이는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제시했던 감축률 목표가 산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제시한 수치와 큰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4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발표하면서 “원료 수급 제한, 기술개발 지연 등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특성과 수출 경쟁력을 고려해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은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감축 목표 계획안을 만들 때에도 산업계에서는 감축률 5% 이상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속속 탄소중립 계획 발표
국내 산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의 어려움을 인식하면서도 시대적 요구에 맞춰 하나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가 됨에 따라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2050년 직·간접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30년 가전과 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
SK하이닉스도 2050년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해로 정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탄소 직·간접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저전력 장비를 개발하고, AI(인공지능) 기반의 최적 운전 모델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들어서도 탄소중립 실현 목표 제시는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들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30년에는 2018년 탄소 배출량의 28%를, 2040년에는 60%,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게 목표다.
현대제철도 지난달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직·간접 탄소 배출량을 12% 감축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새로운 전기로를 개발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산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초기 단계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게는 탄소중립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에게까지 탄소중립 실현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계 전반적으로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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