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기술 OLED, 中에 기술유출 비상”…삼성디스플레이, 특허침해 전방위 ‘대응’

시간 입력 2023-02-06 07:00:01 시간 수정 2023-02-03 17: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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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美 ITC에 특허 침해 타사 제품 수입 금지 소송 제기
美 부품 도매 업체 납품 패널 대다수, 삼성 핵심 기술 침해
타사 패널, 출처조차 불분명해…업계 “중국서 생산됐을 것”
삼성, OLED 기술 초격차 지킨다…지식재산권 보호 박차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업체들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타사 제품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적으로 유출한 기술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6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미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에 근거해 ‘모바일 센트릭스’, ‘인저드 가젯’, ‘DFW 셀폰 앤 파츠’ 등 미 부품 도매 업체 17개사에 대해 중국 등 타 디스플레이 업체의 부품과 패널을 활용할 수 없도록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미국 내 사설 수리 업체에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등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을 대량으로 납품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로 스마트폰에 탑재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아닌 삼성디스플레이의 ‘다이아몬드 픽셀’ 등 상당수의 핵심 특허를 침해한 타사 제품이 더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첨단 기술이다. 적색(R), 녹색(G), 청색(B) 픽셀을 45도 대각선 방향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했다. 특히 인간의 망막이 녹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해 녹색 소자를 작고 촘촘하게 늘린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수리 시 통상적으론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 기술이 적용된 OLED 패널을 사용해야 하지만, 대다수의 미국 사설 수리 업체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싼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대신 값싼 타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타사 OLED 패널은 출처가 불분명해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두 가지 혁신 기술이 하나로 집약된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스 하이브리드’.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실상 중국산 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을 침해해 OLED 패널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삼성으로서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도용으로 시장도 뺏기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글로벌 모바일용 OLED 시장 점유율은 무려 68%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불법 활용되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칫 순식간에 기술력을 뺏기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는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응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비록 핵심 기술을 침해한 정체 불명의 패널 제조 업체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대신 미국 부품 도매 업체들을 직접 제소함으로써 우회적으로 특허 침해 패널 활용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핵심 특허 기술을 보호하는 데 부쩍 힘쓰는 모습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디스플레이 산업 내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특허 침해에 대해 강한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다양한 대응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정당한 기술을 사용하고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 미 ITC 제소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며 “향후 특허 자산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엔 IP 보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 양산에 성공해 개척한 시장으로, 수십년 간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수많은 특허와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2008년부터 모바일용 OLED를 만들어 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삼성전자의 히트작인 ‘갤럭시Z 폴드·플립’ 시리즈에 폴더블(접히는) 패널을 공급했다. 또 애플 아이폰14 프로 모델에도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을 대량 공급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린 바 있다.

최 부사장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별화 기술을 보호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들이 따라 하기 힘든 OLED 기술을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IP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방법을 심도 있게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미 ITC 제소를 시작으로 기술 유출에 열을 올리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OLED 기술 초격차를 굳건히 지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기술은 수십년 간의 투자와 R&D 등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쌓인 결과물”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OLED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만약 ITC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줄 경우, 타사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길은 막히게 된다. 이는 미국 내 사설 수리 업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또 많은 고객들은 삼성 공인 서비스센터를 직접 찾아야만 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 매체 엔가젯은 “삼성은 자사 IP를 보호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미 ITC 제소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수리 산업에 ‘킬샷’을 날린 것이다”고 진단했다.

엔가젯은 유튜버이자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지지자인 루이스 로스만을 인용해 이번 소송 결과가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에 공급되는 OLED 패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에 70%에 달하는 OLED 패널을 공급하는 등 애플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엔가젯은 “ITC가 이번 사건에서 광범위한 해석을 한다면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쟁취하는 수리할 권리의 움직임은 아주 긴 싸움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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