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0년만에 적자전환…“투자 절반으로 줄인다”

시간 입력 2023-02-01 17:54:48 시간 수정 2023-02-01 17: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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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영업익, 전년比 43.5% 내린 7조66억원
당기순이익은 74.6% 감소…반도체 다운턴 지속 영향
올해 투자 규모 50% 이상 감축…비용 절감 노력 병행
DDR5·176단 낸드 등 차세대 제품 양산…실적 개선 기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7조698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12조3766억원보다 37.8%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아예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7012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4조2195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분기 실적이 극심한 부진을 겪게 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제품 가격 하락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44조6481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 42조9978억원에 비해 3.8%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021년보다 43.5% 감소한 7조66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4389억원으로 무려 74.6%나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은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21년 대비 감소했다”며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SK하이닉스는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지난 한해 동안 SK하이닉스는 서버와 PC 시장에서 고용량 D램 제품 공급을 늘리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 등을 영위하는 고객사에 DDR5와 HBM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수익 제고에 힘써 왔다. 특히 데이터 센터용 SSD 매출은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사업과 관련해선 키옥시아, 솔리다임 등에 대한 일회성 비경상적 비용이 발생하면서 2조5230억원에 달하는 영업외 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에 대한 가치 평가 결과 지난해 4분기 약 60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며 “또 기타 낸드 시황 악화에 따른 솔리다임 사업 손실과 무형자산 손상액도 실적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관련 무형자산 손실액은 1조55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반도체 업계의 재고 수준이 사상 최대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차세대 D램인 DDR5 공급량을 늘리고, DDR4는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 수요 모멘텀은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와 DDR5다”며 “현재 DDR5 재고는 거의 없고, 재고 부담은 DDR4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DDR5가 서버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변모할 예정인 만큼 DDR4는 줄이고 DDR5를 늘려 가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인텔은 DDR5가 적용되는 신형 CPU를 출시했다. 또 AI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 시 빠르게 턴어라운드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세계 최초로 인텔 신형 CPU 호환 인증을 획득한 SK하이닉스 10나노급 4세대 DDR 5 서버용 D램 . <사진=SK하이닉스>
세계 최초로 인텔 신형 CPU 호환 인증을 획득한 SK하이닉스 10나노급 4세대 DDR 5 서버용 D램 . <사진=SK하이닉스>

차세대 제품인 1b나노미터 D램과 238단 낸드 개발 및 양산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 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 대비 50% 이상 축소해 집행할 계획이다”며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업 적자에 따른 재정 건전성 위기에 대응해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업계 관측에는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과감한 투자 축소와 경비 절감 노력을 통해 시황 악화에 대응하고 있고,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며 “유상증자는 자금조달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만큼 가격 탄력성에 따른 메모리 사용량 증가로 올해 수요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분기 중 업계 재고 수준은 정점을 기록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감산 영향이 올 1분기부터 가시화되고, 투자 축소로 향후 공급 여력 또한 줄어들면서 올해 중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다”며 “내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업턴(상승 국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이번 다운턴을 잘 극복하고 견고한 체질로 무장해 글로벌 초일류 기술 기업으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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