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삼성도 휘청…“미래 준비 좋은 기회, 인위적 감산 없다”

시간 입력 2023-01-31 18:15:29 시간 수정 2023-01-31 18: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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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영업익 전년比 68.95% 내린 4조3100억원
반도체 부문 실적 곤두박질…1년 새 8조원 넘게 축소
스마트폰·생활가전도 부진…미래 먹거리 전장은 실적↑
업황 부진 불구 올해 설비 투자 50조원 이상 집행할 듯
“미래 준비할 기회…투자 통해 시장·기술 리더십 강화”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삼성전자 마저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및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면서 ‘어닝쇼크’에 직면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특히 반도체 부문인 DS(디바이스솔루션)의 영업이익은  97%나 급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70조46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76조5700억원과 비교해 7.97% 감소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76조7800억원보다도 8.23%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100억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 13조8700억원 대비 68.95%나 급감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10조8500억원에 비해서도 60.32%나 하락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수요가 급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고물가·고금리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코로나 특수도 사라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특히 반도체 실적 부진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0조7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26조100억원과 비교해 22.84%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조84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무려 96.95%나 급락했다.

메모리 사업부의 재고 자산 평가 손실이 영업이익을 대폭 줄이는 데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실적이 급감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D램 공급 과잉 이슈는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세트(완성품) 수요 감소가 이어졌고, 지속적인 고객사 재고 조정 기조로 수요 성장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LSI 사업부도 재고 조정으로 인해 주요 제품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에 대한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GAA(Gate-All-Around) 공정의 경우, 3나노 1세대 공정은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 중이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양산 경험을 기초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다수의 모바일 고객사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폴더블과 슬라이더블, 두 가지 혁신 기술이 하나로 집약된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스 하이브리드’.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9조31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21년 4분기 9조600억원 대비 25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나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직전 분기 대비 중소형 디스플레이 판매는 다소 줄었다. 그러나 플래그십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면서 견고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TV용 QD(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가 확대되고, LCD(액정표시장치) 재고 소진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42조7100억원, 영업이익은 1조6400억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는 MX(모바일경험) 사업부는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수요 약세로 인해 매출과 영업익 모두 하락했다.

네트워크 사업부는 국내 5G 망 증설과 북미 등 해외 사업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으며,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에 이어 네오(Neo) Q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이와 달리 생활가전 사업부는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하만은 전장 사업 매출 증가와 견조한 소비자 오디오 판매로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021년 같은 기간 2조8500억원보다 38.25% 증가한 3조94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00억원에서 3700억원으로 68.18%나 확대됐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맨 왼쪽부터),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이렇듯 예상을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거두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설 투자를 줄이고 생산량도 크게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인위적인 감산 또한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50조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5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도체에 47조9000억원이 집행됐고, 디스플레이에는 2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김 부사장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과 관련한 물음에 “최근 반도체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인위적인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다”며 “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 런 비중을 확대하고, 캐펙스(시설 투자) 내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DDR5’와 ‘LPDDR5X’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기술을 확대 적용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R&D 인프라도 확보키로 했다.

파운드리는 ‘쉘 퍼스트(Shell First)’ 전략으로 수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차세대 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공정의 신규 고객 수주를 늘리고, 2나노 1세대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시스템LSI의 경우 모바일용 SoC(시스템온칩) 제품과 플래그십용 제품의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미지 센서는 2억화소 라인업을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

최근 유출된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의 시그니처 컬러 ‘보타닉 그린’. <사진=폰아레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경우 신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대형은 초대형 TV와 대형 모니터 신제품 출시를 통해 추가 수요를 확보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몇 년 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기술과 관련한 경쟁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생각한다”며 “스마트폰은 IT나 TV와 달리 기술 변화가 심하고 교체 주기가 짧은 만큼 적기 개발 역량, 타임투 마켓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10년 이상의 대량 생산 경험을 갖춘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도 경쟁사보다 빠르게 우월한 제품을 지속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주요 고객사들의 차별화 기술 요구가 점차 줄어드는 건 우려할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며 “언더패널 카메라(UPC), 내로우 배젤, 저소비전력 등 소비자에 어필할 신기술을 적극 준비해 조기에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X 부문은 갤럭시S23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도 판매를 늘려갈 방침이다. 생활가전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등 신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겠으나 단기적 시황 약세가 이어지다 하반기에는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부문은 첨단 공정과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미래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시장과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01조77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1년 279조6000억원 대비 8.09%나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연매출이 3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매출 ‘300조원 시대’를 열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되레 축소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800억원으로 2021년 51조6300억원보다 15.99% 줄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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