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민영화 ‘속도전→신중론’ 무게…변수는 ‘운임·영구채’

시간 입력 2023-01-10 07:00:05 시간 수정 2023-01-11 12: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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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HMM 매각 타당성 등 검토 추진
HMM, 실적 개선 등 경영 정상화 궤도
운임 하락·영구채 전환 등 과제로 지목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사진제공=HMM>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사진제공=HMM>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민영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HMM의 경영 정상화를 고려해 매각 타당성 검토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 운임 하락으로 인해 HMM의 실적 충격이 예고된 만큼 속도전보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HMM의 경영권 매각 타당성 검토, 인수 후보군 분석 등을 골자로 한 컨설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2대 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합동으로 이번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가 HMM의 민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한 배경은 HMM이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데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만 해도 2997억원의 적자를 냈던 HMM은 2년 후인 2021년에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같은 기간 HMM의 매출도 5조5131억원에서 13조7941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HMM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인한 해운 운임 상승이 역대급 호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HMM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5조589억원, 영업이익은 8조6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85.6% 급증했다.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에도 컨테이너 시황 강세에 힘입어 화주 영업 강화를 비롯한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간 결과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8조4717억원, 영업이익은 10조99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해운 운임 하락으로 인해 HMM의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점이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6일 기준 1061.1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7일 5109.6포인트로 고점을 찍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후 SCFI는 지난해 7월 22일 4000선, 9월 2일 3000선, 9월 30일 2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1000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SCFI가 낮아질수록 HMM의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화물 물동량이 줄어든 반면 선박 공급량은 늘어나 해운 운임이 당분간 내림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HMM을 비롯한 해운 업계가 운임 상승으로 호황을 누려왔지만, 향후 긴 불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HMM의 대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속도전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HMM의 경영권을 민간에 이양하는 게 타당한지, 만약 타당하다면 시기는 언제가 적합할지 등을 올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HMM 매각과 관련해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 없이 급하게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와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 경제 상황, 증권 시황 등을 점검하고, 매각 계획을 어떻게 할지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역시 HMM의 민영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HMM 매각의 큰 걸림돌로 꼽혀온 영구채 전환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HMM은 산업은행(20.69%), 한국해양진흥공사(19.96%), 신용보증기금(5.02%) 등 공공 기관이 보유한 지분이 45.67%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공공 기관의 지분은 74%까지 높아져 민영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을 주기로 짧은 호황과 긴 호황이 반복되는 해운업 특성상 HMM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각종 변수를 고려해 HMM의 민영화를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인수 후보로 거론된 현대차, 포스코 등 기업의 물류비 비중이 큰 만큼 인수한 회사에 따라 이종 간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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