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전망/지경초] 5대 시중은행, 최대실적 행진 멈추나…올해 ‘건전성’ 관리 최대과제 부상

시간 입력 2023-01-12 07:00:00 시간 수정 2023-02-01 17: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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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이익 확대로 순이익 역대 최대…농협銀 제외 3분기 ‘2조 클럽’ 입성
글로벌 진출 본격 재시동…동남아서 ‘K-뱅크’ 입지 강화
올해 금융 불확실성 고조…경기 악화 가시화로 ‘건전성 관리’ 주 과제 부상
영업력 강화·리스크관리 등 ‘내실 성장’ 방점 둔 조직개편 단행으로 채비 분주

작년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수익면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증대에 힘입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멈춰있던 해외 진출에 속도를 올리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올해 은행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쇼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커진 이유에서다. 공격적인 성장보다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신용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위기 속 관리 능력’이 은행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이자이익 증가로 분기 최대 실적…자산시장 침체로 비이자이익 부문 부진 아쉬워

지난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11조2288억원으로 전년동기(9조5079억원)보다 18%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성장세가 가장 도드라졌다. 2021년 3분기 2조1301억원에서 이듬해 21.7% 성장한 2조5925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리딩뱅크 자리에 올랐다. 우리은행의 순익은 19.5% 증가한 2조3820억원으로 신한은행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농협은행은 순익은 1조459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9% 올랐으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5.9%, 15.2% 늘어난 2조5506억원, 2조2438억원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중은행이 2조 클럽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중은행이 이처럼 역대급 실적을 경신한 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이다. 작년 12월 기준 기준금리는 3.25%로 1월(1.5%)보다 1.75%포인트(p) 늘었다. 이에 따라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거둬들인 이자이익은 2021년 3분기 24조원에서 이듬해 29조원으로 5조원 가까이 확대됐다.

이자이익과 대조적으로 비이자이익 부진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비이자이익은 은행이 펀드, 방카슈랑스, 유가증권이나 외환·파생관련 투자로 얻는 수익으로 수익 구조 다변화와 직결된 주요 부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619억원으로 1년 전(2조4114억원)에 견줘 반토막났다. 자산시장 악화로 투자성 상품의 수익의 뒷걸음질 친 이유에서다.

은행의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이 중요한 만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조달 부담이 크지 않고 위험자산을 크게 확대하지 않고도 수익원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 본격 재점화…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두각’

작년 5대 은행은 멈춰 있던 해외 영업망 확장 작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풍토병화에 따라 국가 간 교류가 보다 자유로워지면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 순익 역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해외 법인 순익은 3091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순익을 달성했다. 일찍이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 영업망을 구축한 신한은행은 모기지론, 카론, 리테일 중심의 대출자산을 확대하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해외 순익은 2130억원으로 신한은행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각각 478억원, 441억원, 414억원의 순익을 올렸으며 선진시장에 진출한 우리아메리카은행이 251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여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보였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807억원, 27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416억원의 순익을 올렸으며 캐나다, 독일 등 선진 금융 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진출한 상황이며 특히 3분기 178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캄보디아법인인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가 해외 법인 전체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해외 사업에 뛰어든 농협은행은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진출해 있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와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법인의 순익은 2021년 기준 각각 34억원, -47억원으로 타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농협은행은 현지 농업인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제공하고 농민에게 값비싼 농기계를 저금리에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며 영업 틀을 마련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동남아 위주의 신흥 국가에서 디지털과 현지화를 결합한 전략을 구사하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지난해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만 두 차례 캄보디아에 지점 두 개를 추가 개설하며 네트워크를 강화 작업에 나섰다. 일찍이 현지 디지털플랫폼 기업과 뱅킹 결합을 통한 신사업을 발굴해 고객 기반을 넓혀가는 점도 현지 경쟁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1월 호주 시드니에 ‘NH농협은행 시드니지점’을 열었다. 이곳에서 낙농업과 신재생투자 등 다양한 분야 투자를 고심하고 있으며 시드니지점을 기반으로 기업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인프라 중심 투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베트남 지역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베트남을 동남아 진출 주요 거점으로 삼고 기업금융 기반 리테일 강화,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에 지점 두곳과 출장소 한 곳 출점에 대한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올해 안으로 개점할 예정이다.

올해 경기 악화 본격화…선제적 ‘리스크 관리’ 관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은행 안팎으로 위기가 고조되며 경영 환경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이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제로금리 국면에 과도하게 빚을 졌던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증가했고 다중채무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은행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 부담도 커졌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전분기인 3월말 449만8000만명보다 1만1000명이 증가했다. 금융권 전체 채무자가 199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10명 중 2명은 다중채무자라는 의미이다.

미국 연준이 5월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 데다 경기 침체도 본격화하고 있어 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17%에서 0.25% 이내로 전년동기(0.21%~0.32%)보다 개선됐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코로나19 대출 상환과 이자 유예 조치 영향으로 부실 위험이 큰 대출이 제외되는 착시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월 말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만기가 연장되고 원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된 대출 총액은 140조5067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실제 부실이 발생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정상여신에 포함돼 리스크를 평가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여신’이 은행의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실물경기 둔화가 가계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신용대출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상당히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가 수직급강한 상황에서도 당국 압박에 예·적금 금리가 5%선에 머문 점은 유리한 측면이다. 그만큼 예대마진을 확보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손실과 예대마진 수익 간 균형이 이뤄진다면 당초 예상과 다른 경영성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업력·리스크 관리 등 ‘내실 성장 체계’ 구축 본격화

5대 시중은행은 올해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도 본연의 업무인 현장 영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조직개편에 나서며 불확실성 대응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과 미래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에 나섰다. 우선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는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 이노베이션그룹으로 확대 재편해 핵심역량인 디지털트팬스포메이션(DT) 추진과 제휴를 통한 외부 확장을 추진한다.

또 중장기 전략에 따라 은행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BaaS 사업부와 플랫폼금융마케팅부를 신설하고 리스크 모델링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 모형 공학부를 신설해 내실 경영에 힘을 쓴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플랫폼 조직 고도화라는 기조에 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수신상품부와 개인여신부 등 상품부서를 플랫폼 조직으로 전환해 상품개발자와 IT인력간 유기적 협업을 강화했다.

기관영업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시금고와 구금고 쟁탈을 위한 시중은행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기관 비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관영업부를 신설하고 영업추진 동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은 플랫폼 경쟁력과 내부통제 강화를 조직개편 키워드로 내세웠다. 먼저 내부 감사 조직인 검사실 기능 중 본부 조직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본부 감사부를 분리 신설해 전담 감사업무를 본격 시행한다. 또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여신관리본부를 만들어 연체 여신을 중점 관리하고 타행 대비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현장 영업력 제고에 주력한다. 하나은행은 현장 영업력 제고에 주력한다.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영업그룹을 △중앙영업그룹 △영남영업그룹 △호남영업그룹으로 분리 신설해 4개 지역 영업조직 체계로 변경했다.

본점 조직 영업 기능도 확대한다.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자금시장그룹을 신설해 그룹 내 자금시장본부에 배속하고 기존 기관사업본부는 기관영업그룹, 금융기관영업유닛은 금융기관영업부로 격상했다.

농협은행은 디지털 전환 전략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애자일 조직으로 별도 운영되던 디지털전환(DT) 업무 관련 조직을 각 부서 내 팀으로 전환하고 이를 총괄하는 DT부문을 신설했다. 특히 농협은행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식해 DT부문내 프로세스혁신부를 추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자산건전성 이슈가 크게 부각될 전망이어서 각 은행 별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갖춰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취약차주의 리스크 확대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의 내실이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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