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역마진 우려에도 ‘퇴직연금’ 유치 사활…다올·SK證 8%대 금리 ‘껑충’

시간 입력 2022-12-14 07:00:09 시간 수정 2022-12-13 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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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ELB 평균 금리 5.20%→6.49%로 증가
과도한 금리 인상 경쟁에 ‘역마진 리스크’ 우려도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 내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상품 금리를 최대 8%대까지 끌어올리며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위축되자 증권사들은 예년보다도 높은 수준의 금리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역마진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증권사의 원리금보장 DB상품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5.20%에서 이달 6.49%로 증가하며 타 업권 대비 높은 편으로 집계됐다.

증권사의 뒤를 이어 각 업권의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금리 평균은 △저축은행 5.95% △생명보험 5.67% △손해보험 5.42% △은행 5.06%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옽투자증권은 1년 만기의 원리금보장 ELB 상품 금리를 8.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체 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다. SK증권 역시 2년 만기의 원리금보장 ELB 상품에 8.0%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키움증권(7.40%) △BNK투자증권(7.15%) △DB금융투자(7.07%) △IBK투자증권(7.0%) 등이 7%대가 넘는 금리를 제시하고 나섰다.

금리 경쟁에서 밀려 퇴직연금 고객을 잃을 경우 대규모의 운용 자산 위축이 발생하게 된다. 약 80% 상당의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연말에 집중돼 있는 만큼 증권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리 인상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들어 잇달아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머니무브 현상이 격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5%대의 고금리 정기예·정금 상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 대기성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며 증권사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000억원으로 한 달 새 56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투자자예탁금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이달 9일 기준 CMA는 58조9726억원, 투자자예탁금은 45조745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77%, 36.26% 감소한 수준이다.

위지우 신용평가연구원 실장은 “약 80% 상당의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연말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번 금리는 대부분의 퇴직연금 상품에 적용되며, 따라서 금리 경쟁력과 자금이동 규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는 금리인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동 규모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고금리 상품을 내세우며 자금 유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며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자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ELB를 택한 것이다. ELB를 발행할 경우 국채, 은행채 등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의 방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당장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무리하게 높일 경우 향후 역마진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2월 큰 폭의 제시 금리 인상은 결국 스프레드 확보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입 및 RP매도 역시 조달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스프레드 마진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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