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TV 시장…삼성·LG, ‘월드컵·블프’ 특수로 분위기 반전 나선다

시간 입력 2022-11-22 07:00:03 시간 수정 2022-11-22 09:11:32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경기 침체 따른 수요 급감으로 TV 사업 실적↓
올해 TV 출하량 감소 전망 잇따라…수익성 악화 위기
월드컵·블프 등 맞춰 할인·프로모션 진행…TV 판매량↑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3분기 TV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TV 사업의 수익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겨울 월드컵,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표적인 가전쇼핑 시즌을 맞아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8% 감소한 2억2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가장 적은 수치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역시 올해 TV 출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4.1% 줄어든 2억479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옴디아는 전 세계 TV 출하량이 2억87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400만대 낮췄다. 옴디아의 관측대로라면 올해 TV 출하량은 2010년 2억1000만대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TV 수요 위축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침체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 팽배한 가운데 글로벌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삼성과 LG는 TV 사업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 매출액은 14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조1000억원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VD·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76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무려 67.1%(51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 다수 가전 업체들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실적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NEO QLED 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NEO QLED TV. <사진=삼성전자>

LG전자의 실적은 더 저조하다. TV 사업을 영위하는 HE(Home Entertainment) 부문에서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 올 3분기 HE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059억원보다 2613억원 감소한 -554억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도 11.2% 줄어든 3조7121억원에 그쳤다. LG전자는 “전 세계적인 수요 급감 상황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파로 유럽 내 소비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판매량이 대폭 축소됐다”며 “물류비 부담,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까지 맞물리며 실적이 감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재고도 골칫거리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재고 자산은 57조31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올 상반기 52조922억원에 비해 10.0%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재고 자산도 15.7% 증가한 11조2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이 수요 급감으로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삼성과 LG는 월드컵,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적으로 세계적인 대형 스포츠 행사 시즌에는 고화질 TV로 경기를 시청하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블랙프라이데이도 1년 중 가장 할인 폭이 큰 미국내 쇼핑 시즌으로,  업계의 대목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삼성닷컴에서 ‘삼성 TV 연말 결산 빅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선 ‘네오 QLED 8K’ TV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할인과 스포츠 경기 관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 등 사은품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중에 있다. 게임 환경에 특화된 TV를 구매하면 엑스박스(Xbox) 컨트롤러를 지급하는 행사도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또 게이밍 TV와 더 프리스타일, 롤러블 스크린 등 라이프스타일 TV 등을 할인 판매 중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해외 법인은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 법인에서는 네오 QLED 8K 제품에 대해 최대 2000달러(약 27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품목은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한다.

LG전자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 <사진=LG전자>
LG전자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 <사진=LG전자>

LG전자도 이달 말까지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 행사를 진행키로 했다. LG는 LG베스트샵과 백화점 등에서 97형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TV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올레드 TV 구매 고객에게는 최대 400만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에선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다. LG전자는 미국 현지 홈페이지에서 올레드 TV를 최대 1700달러(약 230만원) 할인해 주기로 했다. 프리미엄 TV인 83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의 경우 기존 대비 1500달러(약 203만원) 내린 4799달러(약 65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86인치 QNED(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 8K 모델도 기존 판매 가격 대비 40% 가까이 할인해 판매 중이다.

시장에서는 삼성과 LG의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전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 간 TV 판매량은 직전 2주 대비 95%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운드바, 모니터의 판매량도 각각 50%,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는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 및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면서 집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청하는 ‘집관족’이 증가하고 있다”며 “TV 판매량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도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TV 매출이 직전 일주일보다 3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자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익성 제고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TV 사업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판매량이 줄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암울한  상황에서 월드컵, 블랙프라이데이 등 쇼핑 특수를 노린 전략을 펼쳐 실적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