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첫 삽 …“이재용 ‘반도체 초격차’ 전략 속도”

시간 입력 2022-11-17 07:00:03 시간 수정 2022-11-16 17: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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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16일 경기 화성시에서 뉴 캠퍼스 기공식 개최
韓 반도체 업체와의 협력·첨단 장비 공급망 강화 기대
인텔, 하이-NA EUV 1차 물량 싹쓸이…장비 수급 비상
이재용·베닝크 회동 때 첨단 장비 수급 논의 진행될 듯

이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화성 '뉴 캠퍼스'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피터 베닝크 ASML CEO. <사진=연합뉴스> 

K-반도체 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수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해 온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국내 뉴 캠퍼스 착공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되면 반도체 장비 수급이 원활해져 날로 고도화하는 반도체 트렌드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도 날개를 달 것이란 분석이다.

ASML은 16일 경기 화성시에서 뉴 캠퍼스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기공식에는 베닝크 CEO를 비롯해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무역투자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명근 화성시장,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정부 및 정계 인사와 업계 관계자 16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ASML은 하루 전인 이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뉴 캠퍼스와 관련한 투자 계획 등을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고객사들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의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16일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ASML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기공식. <사진=연합뉴스>

ASML은 2400억원을 들여 경기 화성시 동탄2도시지원시설에 1만6000㎡(약 4840평) 규모의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바 있다.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에는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再) 제조센터와 첨단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특히 재제조센터에선 ASML이 공급하는 DUV·EUV 장비 유지 보수와 핵심 부품 국산화 작업 등이 진행된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외 이송 등의 절차 없이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수리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이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베닝크 CEO는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재제조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할 것이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ASML 뉴 캠퍼스 조성을 통해 ASML과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이 더 긴밀해지고, 첨단 장비 관련 소재·부품 공급망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ASML은 EUV 노광 장비 등을 독점 생산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다.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 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 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날로 고도화되는 업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EUV 노광 장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반도체대전'에 전시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이미 인텔, 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첨단 장비 수급에 전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재진입을 선언한 미국 인텔은 ASML의 신형 장비인 하이-NA(High-NA) EUV 노광 장비 초도 생산 분을 전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장비의 대당 가격은 6000억원이 넘는다.

ASML은 EUV 노광 장비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연간 90대, 하이-NA EUV 노광 장비는 2028년 20대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중 하이-NA EUV 노광 장비는 이전 제품보다 더 향상된 0.55NA(노광렌즈수차)를 제공해 더 정밀한 공정이 가능하다. 인텔은 2025년부터 초미세 공정인 18A에 이 장비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장비 1차 물량을 모두 선점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에 처했다. ASML은 2024년부터 하이-NA 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에 초도 물량을 모두 빼앗긴 만큼 삼성전자와 TSMC는 빨라야 2025년은 돼야 첨단 장비를 확보할 수 있다. 경쟁사보다 반도체 장비 확보가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첨단 공정 개발에 뒤처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는 ASML에 하이-NA EUV 노광 장비를 주문한 상태다. 양사는 2027년께 배정된 20대가량의 물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란 수월하지 않아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TSMC는 올 6월 ASML로부터 2024년에 하이-NA EUV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왼쪽)이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CEO(두번째)의 대화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올 연말부터 화성·평택캠퍼스 등에 10대의 EUV 장비를 추가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 장비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별도로 전해지지 않았다.

이 회장은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 전략을 추진 중인 이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장비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베닝크 CEO이 이 회장과 친분을 밝힌 것도 눈길을 끈다. 베닝크 CEO는 기자 간담회 당시 “(이 회장과는) 수년 동안 인연을 쌓은 만큼 친밀해 개인적인 대화도 나눈다”며 “사업이나 대외 환경 등 광범위한 대화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이번 베닝크 CEO 방한 기간에 맞춰 만남을 가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ASML의 수장 간 회동이 이뤄지면 하이-NA EUV 노광 장비 수급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아직 하이-NA EUV 확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2025년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하이-NA EUV 노광 장비 공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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