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인원 감축’ 칼바람…“韓도 이미 구조조정 시작”

시간 입력 2022-11-14 17:08:24 시간 수정 2022-11-14 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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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파운드리스, 감원·고용 동결 계획 통보
인텔도 수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 준비 중
美 반도체 인력 구조조정, 국내에도 악영향
SK하이닉스, 투자 축소…고용 위축 불가피
“사실상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 이미 시작”

글로벌파운드리스 반도체공장 싱가포르캠퍼스_글로벌파운드리스

최근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가 감원과 함께 고용마저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세계 4위 규모의 파운드리 업체로, 세계 반도체 업계의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이달 11일 직원들에게 인원 감축 계획을 통보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 “올 3분기 실적 호조와 긍정적인 4분기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둘러싼 거시 경제적인 환경을 고려해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 있다”며 “감원을 시작하고, 고용 동결을 시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 넘는 분기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 3분기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 증가한 21억달러(약 2조7693억원)로 집계됐다. 가정·산업용 IoT(사물 인터넷), 통신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올 4분기 매출 전망치 또한 20억5000만~21억달러 수준의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글로벌파운드리스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리더 글로벌파운드리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물가 상승, 에너지 비용 인상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반도체 수요가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실적 감소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토마스 콜필드 CEO(최고경영자) 역시 “일부 고객사들이 내년 상반기 출하량 일부를 하향 조정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올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2억달러(약 2634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방침을 밝혔다. 당장 내년에 1억 달러(약 1317억원)를 감축하고, 이후 추가로 1억달러를 절약한다는 입장이다.

인텔 반도체공장 생산라인. <사진=인텔>

업계는 글로벌파운드리스의 인력 감축 및 고용 동결 계획이 비용 절감을 위한 회사 방침과 맥을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글로벌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최근 미 IT 기업들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연거푸 내놓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28일 2025년까지 최대 100억달러(약 13조25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수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16년에 1만2000명가량을 해고하는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실적악화 때문으로 보인다. 인텔의 올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 85%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악영향을 미쳤다. 인텔은 올해 매출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40억달러(약 5조3036억원) 내린 640억달러(약 84조8576원)로 하향 조정했다.

이달 9일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전 직원 8만7000명의 13%에 달하는 1만1000명 감축을 공지했다. 메타 18년 역사상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메타는 감원과 더불어 사무 공간 축소, 지출 절감, 내년 1분기까지 신규 채용 동결 등의 조치도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시작된 인원 감축 추세가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주요 국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기로 한 상태다. 국내 반도체 업계 양대산맥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는 내년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판단때문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업계 설비 투자 절감과 버금가는 수준으로 투자를 축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축소는 고용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도 국내 고용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지난달 30일 ‘최근 노동 시장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고용탄성치가 내년에는 급락할 것으로 내다 봤다. 고용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값이다. 고용탄성치가 높을수록 경제 성장과 비교해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을 뜻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 8월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취업자 증가율은 2.7%로 추산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고용탄성치는 1.04다. 이는 취업자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6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내년에는 취업 증가율이 0.5%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고용탄성치는 0.24까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 평균치인 0.34보다도 낮은 것이다.

보고서는 “올해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를 줄이면서 사실상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절감이 곧 고용 감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내년 고용 시장은 상당히 냉각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수익성 악화, 글로벌 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에 닥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적 구조조정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 구직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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