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다시 달리는데”…‘K-칩스법’은 감감무소식

시간 입력 2022-11-14 19:13:24 시간 수정 2022-11-14 19: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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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소니 등 일본 8개사, 반도체 업체 ‘라피더스’ 설립
“2027년부터 2nm 미만 차세대 반도체 양산할 것” 목표
日 정부, 약 6668억원 투입…미국과 반도체 협력도 강화
“일본, 삼성·SK 추격 힘들어…장기적으론 따라잡을 수도”
K-칩스법, 여전히 국회 계류 중…전략 마련 지연 불가피

일본의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 규모.

과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일본이 반도체 굴기에 재도전한다. 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어 반도체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통신,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사는 차세대 반도체 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들 기업의 투자금은 총 73억엔(약 695억원)에 이른다.

신설 반도체 업체명은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인 ‘라피더스(Rapidus)’로 명명됐다. 라피더스는 슈퍼 컴퓨터나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에 사용할 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의 사장은 메모리 칩 제조사인 웨스턴디지털재팬을 이끈 코이케 아츠요시가 맡았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코이케 사장은 “이번 라피더스 설립이 일본 반도체 부활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향후 5년 안에 일본에서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라피더스는 2027년부터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 차세대 반도체를 양산할 방침이다. 해당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개발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품으로, 현재 삼성이 양산 중인 3nm 공정 반도체보다 더욱 미세한 공정이 요구된다.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반도체대전'에 전시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라피더스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700억엔(약 6668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일본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국내·외 기업에 보조금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만의 위기감 고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10nm 미만 수준의 최첨단 반도체에서 전 세계 제조 능력의 약 90%를 차지하는데, 일본도 대만 파운드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만약 대만에 위기가 발생하면 일본의 반도체 공급망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몇 년 간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차세대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전략을 마련하고, 일본에 TSMC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함께 3500억엔(약 3조3391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 거점도 신설키로 했다. 해당 연구 거점은 향후 2nm 수준 첨단 반도체를 개발 및 양산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도쿄대와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이화학연구소 등이 주요 대학과 일본 국책 연구소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IBM도 초창기 멤버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일본은 미국과 첨단 반도체를 함께 개발할 계획도 세웠다. 앞서 올 5월 미국과 일본은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사진=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술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반도체 업계가 단시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을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이 성과를 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산업을 키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나름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마련해 둔 상태다. 정부는 2026년까지 향후 5년 간 340조원을 투자해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등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2030년까지 반도체 소부장 자립화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반도체 정책의 핵심인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이른바 ‘K-칩스법’은 올 8월 법안 발의 이후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 안건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력 양성과 투자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약속한 만큼 이젠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라며 “조속한 입법을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는 정책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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