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스냅드래곤’에 밀린 ‘엑시노스’…“삼성, 차세대 AP 개발, 명예회복 나선다”

입력 2022-11-10 07:00:01 수정 2022-11-10 11: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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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4nm 공정 수율 낮아…스냅드래곤 성능 우위
발열·성능 저하 논란 촉발…갤럭시에 퀄컴 AP칩 전량 적용
모바일 칩 중단설에, 삼성 “엑시노트 경쟁력 강화” 일축
2분기 중저가형 엑시노스 출하량, 53,0% 오른 2280만대
삼성 모바일-반도체 부문, 차세대 AP 개발 공조

퀄컴 발 돌발악재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퀄컴이 내년 초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S23’ 전 제품에 자사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삼성 스스로 자체 개발·생산 중인 ‘엑시노스’를 자사 단말기에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흠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엑시노스를 세계 최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등 명예회복에 착수했다.

10일 IT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용 반도체 칩 설계·공급 업체인 퀄컴은 내년 초에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제품 대부분에 스냅드래곤이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열린 2022년 회계연도 4분기(7~9월) 기업 설명회에서 “갤럭시S22에서 75%였던 퀄컴 모바일 AP 적용 비율이 갤럭시S23에서는 글로벌 쉐어(Global Share) 수준으로 올라 간다”고 말했다. 퀄컴 고위 관계자가 갤럭시S23에 탑재되는 모바일 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역시 “차기 갤럭시S에 스냅드래곤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AP는 전자 기기의 연산과 멀티미디어 구동 기능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주도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어떤 모바일 칩이 탑재됐느냐에 따라 단말기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그간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에 들어가는 모바일 AP를 국가별로 차등 적용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모델인 갤럭시S22의 경우 한국,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 Gen 1’이 들어갔다. 반면 유럽연합(EU)에 공급된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됐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프리미엄 모바일 AP 엑시노스 2200.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의 성능이 삼성 엑시노스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5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된다. 이 중 4nm 공정의 수율은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냅드래곤은 안정적인 수율을 내는 대만 TSMC의 4nm 공정으로 만들어져 성능이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내부의 시각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 매체 Wccftech에 따르면 전자 부품 전문 매체 더일렉은 경계현 삼성전자 DS사업부 사장이 올 9월 “TSMC의 4나노 공정이 우월하다”고 극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엑시노스가 최근 발열, 성능 저하 논란 등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갤럭시S22에는 GOS(게임최적화서비스) 기능이 도입됐다. 문제는 첨단 게임 등 고사양 앱을 구동할 때 모바일 AP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품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단말기에 자사 칩 대신 퀄컴 AP를 전량 채택한데에는 발열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차기 모델인 갤럭시S23에 들어갈 퀄컴의 ‘스냅드래곤 8 Gen 2’는 5G 이동통신 밀리미터파 독립 모드(SA)를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X70 5G’ 모뎀을 탑재하고 있다. 5G폰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입장에선 압도적인 5G 속도를 구현하는 퀄컴의 모바일 AP가 선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퀄컴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 Gen 1. <사진=퀄컴>
퀄컴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 Gen 1. <사진=퀄컴>

그러나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사업 중단설을 일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적으로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AP 등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의 중저가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SoC 공급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보급형·중저가형 엑시노스 출하량은 2280만대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1분기 1490만대 대비 53.0% 급증한 수치다. 반면 전 세계 AP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의 미디어텍은 같은 기간 1억1070만대에서 1억10만대로 9.6% 줄었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AP의 절대 강자로, 중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들에 주로 탑재되고 있다.

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퀄컴 스냅드래곤의 2분기 출하량은 6400만대로 1분기 6670만대와 비교해 4.0% 감소했고, 같은 기간 애플은 5640만대에서 4890만대로 13.3% 축소됐다.

모바일 AP 업체들의 출하량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삼성 엑시노스의 올 2분기 시장 점유율은 1분기 4.8% 대비 3.0%p 늘어난 7.8%를 기록했다. 미디어텍(34.1%)이나 스냅드래곤(21.8%), 애플(16.6%) 등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경쟁이 치열한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보급형·중저가형 엑시노스를 뛰어 넘어 프리미엄 모바일 칩 육성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선도 업체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초격차’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Sammobile)은 최근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300(모델 번호 S5E9935)’ 칩셋이 미국 블루투스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루투스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엑시노스 2300의 성능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모바일 AP가 시장에 머지 않아 출시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싱가포르 아마라 호텔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 S22’ 미디어 데이. <사진=삼성전자>
싱가포르 아마라 호텔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 S22’ 미디어 데이. <사진=삼성전자>

엑시노트 2300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모바일 AP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엑시노스 2200의 후속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엑시노스 2200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모바일 칩은 최첨단 4나노 EUV 공정, 최신 모바일 기술, 차세대 GPU 및 NPU가 적용돼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엑시노트 2200이 소개된 지 약 한달 만에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바일 AP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엑시노스 발굴을 위해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칩 밴더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 단말기에 퀄컴 스냅드래곤을 전량 채택키로 했지만, 차세대 엑스노스 개발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 면서 “2023년, 2024년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분명 삼성이 엑스노스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IT전문매체인 Wccftech는 “삼성전자는 하이엔드 칩셋 개발이라는 본래의 목표로 돌아가 미래 엑시노스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당 과정을 감독할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SoC 설계를 총괄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김민구 SoC개발실장 부사장도 사내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 모바일 SoC의 경쟁력을 앞세워 엑시노스를 전 세계인들이 믿고 쓰는 최고의 모바일 AP 브랜드로 인정받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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