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폭스콘 엑소더스’에 아이폰 생산 차질…‘아이폰 특수’ 누려온 LG·삼성으로 불똥?

시간 입력 2022-11-02 17:58:07 시간 수정 2022-11-02 17: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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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정저우공장서 노동자 대규모 탈출 행렬
최대 수만명 탈출…아이폰 생산 차질 불가피
부품 납품해 온 LG이노텍·삼성디스플레이 등 후폭풍
“4분기 실적부터 부정적 영향 가능성”

중국 선전에 위치한 폭스콘 롱화공장. <사진=폭스콘>

중국 당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애플의 아이폰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갑작스런 돌발 악재로, 그동안 아이폰 특수효과를 누려온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계로 불똥이 튈 것이란 지적이다.

2일 로이터, CNN,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짐 가방을 끌고 고속도로와 들판을 걸어가는 영상·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높이 2m가 넘는 폭스콘 공장 철조망을 넘어 탈출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노동자들이 이처럼 대규모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봉쇄 조치 때문이다. 앞서 정저우시는 최근 급격히 재확산 중인 코로나를 막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도시 전체를 폐쇄하고, 한층 강화된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스콘 정저우공장도 외부와 전면 차단돼 노동자들이 사실상 감금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폭스콘 정저우공장을 탈출해 고속도로를 걸어가고 있는 노동자들. <사진=트위터 캡처>

문제는 해당 공장이 ‘폐쇄 루프’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30 만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이동을 막고자 공장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토록 함과 동시에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노동자들은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의약품은 커녕 음식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장 내에서 코로나까지 확산되자, 이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탈출 길에 오른 것이다.

CNN에 따르면 중국 경제 매체 이차이(Yicai)는 “폭스콘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공식 정보에 액세스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과 중국 현지 매체들은 최대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이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폭스콘은 탈출한 노동자의 수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통해 “공장 내 소수 직원들이 코로나 영향을 받고 있으나 운영과 생산은 비교적 안정적이다”고만 밝혔다.

이른바 ‘폭스콘 엑소더스’가 현실화되면서, 당장 아이폰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폭스콘 정저우공장은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 시설로, 아이폰 조립 용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이반 램(Ivan Lam) 수석 연구원은 “정저우 공장의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단기간 내에 아이폰14 생산량의 최대 30%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특히 아이폰14 시리즈 중 상위 모델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고강도 봉쇄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 생산량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로이터 역시 “연말이라는 전통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폭스콘이 정저우공장의 생산 차질을 보완하기 위해 선전공장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이폰 출하량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폭스콘 엑소더스로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아이폰 생산 차질로 인해 당초 납품 예정이던 부품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해당 제품 출하량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에 달한다. 아이폰14 라인업에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플 OLED 패널 납품 비중은 60%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 3분기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5% 증가한 444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3.0% 늘어난 3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900억원보다 32.9% 확대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업체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은 아이폰 특수 덕분이다. 그러나 폭스콘 엑소더스 여파로 아이폰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면서, 당장 그 여파가 4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LG이노텍 구미1공장. <사진=LG이노텍>

향후 중국 정부가 방역 정책을 강화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봉쇄 조치가 더 강화될 경우,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이슈로 정저우 주변 도시들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4 생산 비중이 높고, 특히 상위 모델인 프로, 프로맥스 생산량이 많아 매출 비중은 더 높다”며 “중국 당국의 봉쇄 조치가 강화되고 장기화할수록 아이폰 생산 차질은 날로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직 애플이 생산 차질에 따른 부품 재고 조정에 들어간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운터포인트의 램 연구원 또한 “중국의 현 방역 정책을 기준으로 1~2주 안에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폭스콘은 이미 중국 남부 광둥성 등에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아이폰의 대체 생산이 가능해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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