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이 참사 키웠다”…이태원, ‘특별재생지역’으로 탈바꿈하나

시간 입력 2022-11-01 07:00:02 시간 수정 2022-11-01 04: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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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난 이태원, 정부 30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언덕 지형에 난개발…사고 지점과 유사한 골목 곳곳
“보조금 등 긴급지원 위주에서, 재해취약요인 예방 병행해야”

31일 오후 할로윈 압사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 현장감식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할로윈 압사사고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향후 사고 수습 및 재발방지를 위해 해당지역을 재 건설하는 ‘특별재생지역’으로도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골목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부는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특별재난지역 지정과 함께 국정 최우선 순위를 이태원 사고 수습 및 후속조치로 둘 것이라 밝혔다.

특별재난지역은 자연 또는 사회재난 발생으로 국가의 안녕 및 사회질서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피해를 효과적으로 수습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선포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래 이번 사고까지 총 11번째다. 과거 대표적 사례로는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고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수습만큼 재발방지도 중요…포항 ‘특별재생지역’ 이어 이태원 2호 검토

이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긴급 조치 뿐만 아니라, 향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이태원의 지형적·도시적 특징도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과거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해당 지역을 특별재생지역 으로 설장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도시재생법)’ 제35조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중 대규모 재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대해선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특별재생지역 지정 조건에는 단순 주택·시설 파손뿐만 아니라, 추가 재난피해의 방지 및 대응을 위한 기반시설 또는 제도 정비, 피해지역 주민 및 나아가 유가족을 위한 심리적 안정, 지역공동체 활성화도 포함된다.

3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6.25 이후 미군기지·난개발로 굳어진 이태원, 골목·경사 위험

이태원의 경우 서울 남산 아래 언덕이 많은 지형으로 6·25 전쟁 이후 미군기지 주둔과 피란민·상경민이 몰리면서, 주택가와 유흥가가 복합적으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

하지만 도시 난개발로 인한 주거 및 상가 과밀화, 이로 인해 좁아진 보행자 통행로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지점 뿐만 아니라 이태원 지역의 상당수가 다수의 인원이 밀집하는 지역임에도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직후 여론에서 이태원 지역의 상권·난개발 환경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재생지역 지정시 관할 지자체는 도시재생전략계획의 수립 여부와 관계없이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보행로설치·관리 규정 같은 충분한 보행로 공간 및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안전관리 규정 강화 또는 재구조화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이태원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 이태원을 장기적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특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재난복구 시스템은 ‘긴급복구 위주’, 동일재해 예방조치 병행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특별재생지역을 도시재생을 통해 안전한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 재난복구 시스템은 주택 및 공공시설 복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긴급복구 위주로, 주거안정대책, 공동체 회복 등의 대책은 미흡하다”면서 “긴급복구 이후 피해지역 주민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재해취약요인 분석, 동일 재해에 대한 예방조치를 병행해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제고하는 근본적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포항시는 2018년 11월 21일 지진 피해로 특별재생지역으로 선정됐다. 포항 지진 복구를 위해 국회는 도시재생법 내 특별재생지역 지정 조항을 개정했다. 이태원이 특별재생지역에 지정될 경우, 포항 지진 피해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31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경찰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현장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사고 수습부터”…국토부·LH 일단은 ‘정부 눈치’

국토부와 산하기관인 LH는 특별재생지역 지정 또는 관련 안건 제의 여부에 대해, 아직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참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사고 원인 수사결과 및 유가족 장례, 정부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검토·건의하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됐으나, 바로 특별재생지역 검토를 할지는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며 “특별재생지역 주관도 국토부가 일괄 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도 “현재 중앙에서 지침이 나오지 않은 단계에서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러운 시기”라면서 “지역 원인을 분석한 후, 필요시 지자체 및 범정부 차원에서 의견을 낸다면, 그 때 논의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집권여당도 이번 참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인근에서 발생한 참사인 만큼, 우선은 사고 수습 및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일대가 국내인과 외국인들이 다수 모이는 명소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안전사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1일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망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지원책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예산 국회에서 국가 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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