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도 못 피했다”…증권사, 3분기 실적 ‘와르르’

시간 입력 2022-10-31 07:00:02 시간 수정 2022-10-31 06: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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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중소형사 모두 전년比 실적 ‘반토막’
지방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가 ‘발목’
“주식 거래대금 감소 영향…실적 악화 내년까지 지속”

3분기 경영성적표를 받아든 증권업계 표정이 어둡다. 금리 인상과 증시 한파의 영향에 따라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 등 가리지 않고 대거 실적이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주식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수료 수입 감소 여파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의 실적이 발표된 상태다. 이중 하나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년 대비 절반 가량 떨어진 실적을 거뒀다.

올 3분기에는 대형 증권사 역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다.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0% 줄어든 1561억, 순이익은 54.0% 줄어든 123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6%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119억원으로 94.4% 줄어들었다.

KB증권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1230억원으로 27.7% 줄었다.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86% 줄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3813억원으로 754.9% 증가했다. 사옥 매각에 따라 일회성 순이익이 잡힌 것으로, 이를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595억원 수준이다.

중소형 증권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 2분기 호실적을 거뒀던 현대차증권 역시 쪼그라든 주식시장의 여파를 만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증권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1억원, 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씩 감소했다.

지방 금융지주사의 경우에는 증권 계열사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BNK금융지주의 자회사 BNK투자증권과 DGB금융그룹의 자회사 하이투자증권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거두며 지주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 수혜를 입은 은행과 캐피탈 계열의 호실적을 깎아먹었다.

BNK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49.6% 감소한 184억원,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7.64% 감소한 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금리 상승과 주가지수 하락으로 인해 유가증권 관련 손실이 확대된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7% 줄어든 14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5%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하나증권은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증가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하나증권의 3분기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46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3% 늘었다.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주식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가장 큰 수익원인 위탁 수수료 수익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 일평균거래대금은 전 분기 대비 19.6%, 전년 동기 대비 40.7% 감소한 14조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브로커리지 및 금융상품판매 수수료수지가 감소하며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돈 벌 구멍이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주식 거래 대금이 크게 줄어들었으며,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운용손실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단기 회사채 시장이 경색될 경우에는 4분기 실적 역시 긍정적으로 점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질 경우 미매각이 나올 수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증권사 차원에서도 좋을 게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회사채가 미매각 될 경우 증권사 차원에서 이 물량을 떠안게 된다. 올해 3분기 A등급 회사채의 미매각률은 58%로, AA등급 이상(5%)이나 BBB등급(9%)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았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상황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게는 내후년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멈췄던 글로벌 사업이 최근 들어 다시 진행되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는 금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인 만큼, 미국이 금리를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내후년까지 길게 봐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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