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혹한기 닥쳤다”…SK하이닉스, ‘투자감축·감산’ 비상경영

시간 입력 2022-10-27 07:00:02 시간 수정 2022-10-26 18: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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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당기순이익, 66.7% 내린 1조1027억원
D램·낸드 수요 부진 여파 판매량·가격 급감
SK, 내년 투자 규모 올해보다 50% 이상 축소
수익성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 줄이기로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금리인상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K-반도체 주력상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어닝쇼크(실적 악화)’가 현실화 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도체 품목을 감산하고, 투자 규모 축소 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10조982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8053억원 대비 7.0% 감소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2분기 13조8110억원과 비교해선 20.5%나 줄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4조1718억원보다 무려 60.3% 급감한 1조655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6.7% 줄어든 1조1027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 및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을 개선했다”면서도 “그러나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 경영 실적.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주요 고객사인 PC, 스마트폰 업체들의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SK하이닉스는 일정 기간 동안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반도체 수급 균형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내년 투자 규모는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가 발발했을 때 업계 시설 투자 감소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는 “현재 재고가 매우 높은 만큼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생산 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늦출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품목의 생산도 줄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생산량을 낮출 예정이다”며 “팹(공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믹스와 장비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일시적으로 웨이퍼 생산 능력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생산을 축소하거나 생산 능력을 축소하는 것은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면서 “메모리 다운턴(하강 전환)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더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행히 해당 조치가 1년 유예됐지만, SK하이닉스도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는 1년 유예된 상황으로 현재 추진 중인 개발이나 투자 수준까지는 일정 부분 (미국의) 허가 내지는 허락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유예 조치가 1년씩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확신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탈 중국화 주장과 관련해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한 방법으로 특정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 상식들이 여러 비즈니스의 의사 결정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불확실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면서 “생산 거점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이나 단기적으로는 현 생산 기반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우시를 포함해 중국공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전략적 유연성이 아닌 ‘컨틴전시 플랜(예상치 못한 긴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만들어 놓는 위기 대응 계획)’에 해당한다”며 “팹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팹 매각, 장비 매각, 장비의 한국 이동 등을 고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SK하이닉스는 데이터 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 봤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 센터 업체들의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대역폭 제품인 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다”고 운을 뗐다.  DDR5 제품의 전망도 밝다. DDR5는 서버 시장에서 내년 연말께 30% 이상 비중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PC 시장에서도 내년 연말 30%를 웃도는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DDR5 시장이 본격 전개될 것이다”며 “첨단 공정인 1a(4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3DS 등 고용량 풀라인업을 통해 차별화된 리더십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기술격차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올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SK하이닉스는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대폭 제고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38단 낸드는 올 8월 미국 FMS(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서 개발 완료를 발표했고, 고객 샘플은 내년 초부터 제공하게 될 것이다”며 “내년 중반부터 양산을 시작해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노 사장은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 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실적 부진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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