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전산장애에도 투자 인색한 증권사…“글로벌 경쟁력 악화 불러”

시간 입력 2022-10-26 07:00:09 시간 수정 2022-10-25 17: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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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수수료 대비 전산운용비 5.06% 그쳐
금융권 전문가 “증권사, IT 인프라 늘려나가야 할 것”
양정숙 의원 “장기적 투자 게을리하면 국내 고객 뺏길 수 있어”

국내 증권사가 전산운용비를 지속적으로 늘리고는 있으나 전산장애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증권사가 벌어들이는 수수료 대비 전산운용비 투자 금액이 인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3555억62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914억4000만원) 대비 22% 증가한 금액이다.

최근 들어 주식 거래 환경이 비대면 방식으로 변화함에 따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 역시 전산운용비 투자금액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전산장애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식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총 159건으로, 그 중 증권사는 35.2%(5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전산장애는 지난 2019년 59건에서 2020년 55건으로 소폭 줄어들어들더니, 지난해에는 76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 8월까지의 전산장애는 총 56건으로, 이미 2020년 전체 전산장애 건수를 넘어선 실정이다.

타 금융업권과 비교해도 증권사의 전산장애 빈도수가 높은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금융권의 전산장애 현황을 비교한 결과 은행권이 275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증권사는 246건으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이어 △보험 137건 △저축은행 66건 △카드 57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국내 증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에 비해 전산운용비 투자가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의 전체 수수료 수익은 2020년 상반기 5조6932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7조9609억원, 올 상반기 7조17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수료 대비 전산운용비는 4.52%에서 3.66%, 5.06% 정도로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시황이 좋지 않아 여유 자본이 충분치 않다 보니 전산장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관련 예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형사들의 전산장애 빈도가 높았고, 향후 HTS 및 MTS 이용 고객들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산장애 건수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완비하고 서버를 증설하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보니 증권사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IT와 관련된 인프라를 투자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은행만 하더라도 전산 인력들이 많지만, 증권사의 경우 IT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채용할 때 IT 인력 비중을 늘려 이런 부분들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주요 금융업권 IT인력 현황’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대비 IT 인력은 6.9%에 그쳤다.

특히 브로커리지 수익이 많은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 교수는 “IB, 브로커리지 등 수익이 많은 쪽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을 보여야 앞으로의 증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 역시 “증권사들이 매년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수수료 수입을 거두면서도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과 첨단장비 투자에는 인색한 실정”이라며 “단기간 수익에 눈이 멀어 고객을 위한 장기적 투자에 게을리한다면 언젠가 국내 고객을 외국계 증권사에 모두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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