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IT기기 수요 급감 ‘위기’…“서버·전장 등 신산업 재편, 패키지 기판 승부수”

시간 입력 2022-10-24 07:00:01 시간 수정 2022-10-24 11: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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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국내 대표 부품 업체 삼성전기가 올해 하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 기기 수요 감소로 부품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겹악재를 타개할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 21일 11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하루 전인 20일 11만6500원 대비 0.43%(5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3일 19만4500원을 기록한 이래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오다, 지난달 29일엔 11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으나 힘이 부족한 탓인지 증가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3주 간 등락만 반복하다 결국 이날도 12만원선에 안착하지 못하고, 11만원대에 머무르게 됐다.

삼성전기 주가가 이처럼 장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IT 기기 수요 감소로 부품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적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 3분기 삼성전기의 매출액 전망치를 2조3964억원으로 추산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감소한 것이다. 또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23.5% 급감한 3487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 업계가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은 것은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MLCC는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등 다양한 IT 기기에 주로 적용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부품의 원활한 구동을 위해서도 필수 부품으로 손꼽힌다.

MLCC의 쓰임새가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최근 IT 기기의 수요가 대폭 위축되면서 MLCC 출하량은 급격하게 쪼그라 들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업체별로 MLCC 생산 가동률 조정에 나섰으나 재고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더뎌 재고만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전장용 MLCC 비중이 소폭 확대되면서 IT용 제품 수요 감소분을 일정 부분 상쇄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MLCC 업황은 내년 하반기에나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기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카메라 모듈도 비슷한 처지다. IT 기기의 수요 부진으로 카메라 모듈 출하량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MLCC와 마찬가지로 전장용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IT 수요 둔화로 인해 컴포넌트 부문의 출하량 감소가 삼성전기의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업황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MLCC 등 부품 재고 부담이 점차 커지면서 삼성전기는 그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당초 MLCC 출하량은 올 3분기 재고 조정 이후 4분기부터 완연하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IT 기기의 수요 위축 영향으로 3분기 출하량 감소가 예상보다 크다”며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도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호적인 환율 효과에도 삼성전기의 올 하반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사기. <사진=연합뉴스>

전방 산업 수요 급감에 따른 실적 악화, 이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우선, 체질 개선을 통해 이같은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 부문을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집중된 부품 산업 중심에서 서버·전장 등 신성장 산업 위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 부문은 △컴포넌트(MLCC 등 부품) △광학 통신(카메라 모듈 등 부품) △패키지(반도체 기판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부문을 기존 IT 기기 위주에서 서버·클라우드, 전장 등 두 가지 성장 축에 맞춰 새롭게 재편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기는 패널레벨패키지(PLP), 스마트폰메인기판(HDI),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생산라인을 차례로 정리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패키지 부문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장덕현 사장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전자 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기계적으로 지지하는 회로 연결용 부품을 뜻한다. TV, 냉장고와 같은 가전 제품은 물론 스마트폰,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활용된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고성능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해 점차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화학, 전기, 기계 가공 등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며 “삼성전기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생산 법인을 시작으로 FC-BGA에만 총 1조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올 연말부터 서버용 FC-BGA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도 내비쳤다. 서버용 FC-BGA는 패키지 기판 중 기술 난이도가 가장 높은 고부가 제품으로 꼽힌다. 일반 PC용 FC-BGA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내부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일반 제품의 2배가 넘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장 사장은 지난달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PCB·반도체패키징산업전(KPCA Show)’에서 “FC-BGA와 같은 차세대 패키지 기판은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는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AI·클라우드·메타버스 등 확대로 반도체 제조 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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