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공인중개소를 끼지 않는 직거래 비중이 늘고 있다.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중개소를 거치지 않기도 하지만, 증여성 거래로 보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절세 목적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526건 중 직거래는 75건으로 14.26%를 기록했다. 매매거래 7건 중 1건은 직거래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 직거래 비중은 올해 하반기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월에는 8.10%로 10%를 밑돌았으나, 7월 11.36%, 8월 14.63%로 높아졌다.
이같이 최근 직거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집값 하락 시기에 맞춰 증여성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값이 내려간 상태에서 손해를 보면서 집을 파느니 가족·친인척·지인 등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집값이 낮을 때 양도할 경우 그만큼 양도 차익도 줄어들어 세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까지 맞물렸다. 증여는 최대 5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로 양도는 최대 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공시가격 3억원 이상 증여는 12%,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 1~3%의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증여세법은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싸게 팔았다면 정상 거래로 간주한다. 하지만 최근 시세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가 성사되는 ‘편법 증여’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5㎡는 지난달 13억8000만원에 직거래로 매매됐다. 직전거래인 8월 22억원보다 8억2000만원이 저렴하다. 용산구 이촌동 삼익 전용 104㎡는 지난달 17억7200만원에 직거래가 이뤄졌다. 직전거래인 올해 1월 23억3500만원에 비해 5억6300만원 낮다.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5㎡는 지난 8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중개소를 거쳤던 작년 12월 계약보다 9억원이나 낮다. 강남구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전용 131㎡도 지난 8월 21억6597만원에 직거래로 매매됐다. 직전거래인 2월 27억7000만원보다 6억403만원 낮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이 시세보다 월등히 낮은 대다수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도 않고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특수관계의 거래로 보고 있다”며 “국세청에서는 이 직거래가 증여로 판단되면 증여세를 추징하기 때문에 간혹 거래 취소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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