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제재에 애플도 막혔다”…中 낸드플래시 수급 무산, 삼성·SK에 기회되나

시간 입력 2022-10-18 18:15:30 시간 수정 2022-10-18 18: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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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YMTC 낸드플래시 사용 계획 동결
YMTC, 미검증 기업 지정…거래 제약 커
애플 보류 결정에 韓 반도체 업계에 ‘희소식’
“중국 반도체 업계 추격 따돌릴 수 있게 됐다”

애플 로고. <사진=AP>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당초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려던 애플이 해당 계획을 전면 보류키로 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쫒기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는 애플이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 부터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으려던 계획을 유보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 YMTC의 낸드플래시를 중국 시장용 아이폰에 탑재할 예정이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경쟁 업체보다 최소 20%나 저렴한 가격에 반도체를 납품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YMTC를 새로운 반도체 칩 공급 파트너로 낙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이달 초 YMTC의 128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인증을 위한 수개월 간의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모든 전자 기기에서 전원이 꺼지더라도 저장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에 필요한 낸드플래시의 40%를 YMTC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애플의 이같은 반도체 수급 계획은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제재로 제동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이전보다 더 강도높은 수출규제를 적용하고 나섰다.

중국 YMTC 반도체공장. <사진=YMTC>

앞서 지난 7일 미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인 경우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 상무부는 YMTC를 비롯해 31개 중국 업체를 수출 통제 우려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미검증 기업으로 지정된 중국 업체들과 거래를 하려면 물품을 보내기 전에 실사를 통해 합리적인 사업인지 확인 조사를 수행하고, 미 당국에 추가로 허가증을 신청해야 한다. 이는 기업 간 거래에 있어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YMT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약 60일 동안 미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공식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등록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 한층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받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규정 위반 이슈도 논란거리다. YMTC는 미국의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YMTC가 수출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YMTC와 관련한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애플은 YMTC로부터 반도체를 조달하려는 계획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렌트 프레드버그 미국 브랜즈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투자담당 이사는 “애플은 중국 현지 시장에서 YMTC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규정대로라면 YMTC가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수년 간 공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애플에 대한 중국산 반도체 공급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색하는 모습이다. 저렴한 가격에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33.3%로 집계됐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0.4%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애플이 낸드플래시를 공급 받으려던 YMTC의 시장 점유율은 3.4%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YMTC가 애플과 손잡고 아이폰용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게 되면, 향후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프용)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YMTC의 기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지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에 이어 애플과도 관계를 맺게 된다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면서 “그러나 애플이 계획을 포기하면서 일단 이같은 우려는 잠재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YMTC의 추격이 한동안 지체될 예정이나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년 내 국내 반도체 업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로이터는 애플에 관련 사실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YMTC 역시 코멘트를 거부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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