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올 상반기 부품비 30조원 돌파…신차 가격 더 오른다

시간 입력 2022-09-21 07:00:03 시간 수정 2022-09-20 17:42:43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공급망 리스크 대응 위해 부품·원자재 매입 늘려
제조 원가 부담 가중…하반기 車 가격 인상 예상

기아가 올해 상반기 완성차 생산을 위한 부품과 원자재 매입에 투입한 비용이 3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선매입 물량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아의 제조 원가 부담이 가중된 만큼 남은 하반기 신차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아가 운영 중인 한국·미국·슬로바키아·멕시코·인도공장의 올해 상반기 부품·원자재 매입액은 총 32조2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엔진·미션·모듈 등 부품 매입액은 29조3880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91.1%를, 철판·페인트 등 원자재 매입액은 2조8479억원으로 8.8%를 차지했다.

기아의 지난해 상반기 부품·원자재 매입액인 27조7669억원보다 4조5015억원(16.2%) 증가한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상반기 부품 매입에 25조9328억원을, 원자재 매입에 1조7116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불과 1년 만에 부품 매입액은 3조4552억원(13.3%) 늘었고, 원자재 매입액은 1조1363억원(66.4%) 급증했다.

기아의 원가 부담이 커진 건 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기아가 매입한 알루미늄 1톤당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2246달러(약 312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3082달러(428만원)로 3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리 1톤당 가격도 9092달러(약 1263만원)에서 9761달러(약 1356만원)으로 7.4% 올랐다.

반면 철광석 1톤당 가격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72달러(약 24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140달러(약 19만원)로 18.6% 하락했다. 다만 2년 전인 2020년 상반기(85달러·약 12만원)와 비교하면 64.7%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 매입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아가 차량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도 그만큼 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확보를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원가 부담이 계속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가 지난 16일 국내에 출시한 EV6의 연식변경 모델 ‘The 2023 EV6’.<사진제공=기아>

기아의 제조 원가 부담이 누적되면서 신차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의 올해 상반기 국내 차량 평균 판매가격(ASP)은 승용차 3384만원, 레저용차량(RV) 4274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39만원(1.2%), 383만원(9.8%) 상승했다. 기아는 지난 16일 국내 출시한 EV6의 연식변경 모델인 ‘The 2023 EV6’의 판매 가격(세제 혜택 후 기준)을 기존 모델보다 315만~410만원 인상한 4870만~5995만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남은 하반기에도 신차 가격을 꾸준히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가중된 만큼 매출원가율을 낮춰 완성차 생산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 실적 개선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79.1%로 지난해 상반기(81.3%)보다 2.2%포인트 하락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차량 1대를 1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했을 때 원가로 지출되는 비용이 813만원에서 791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올해 상반기 원가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량 가격에 전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하반기에도 일명 ‘제값 받기’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차량 공급이 소비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점도 가격 인상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