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심화 우려에…증권사 부동산 PF 사업도 ‘빨간불’

시간 입력 2022-09-20 07:00:04 시간 수정 2022-09-20 06: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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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 32조원…2016년比 79%↑
“대형사, 선순위 딜 위주로 진행…위험 요소 적어”
중소형 증권사 중·후순위 딜 규모↑…리스크 多

서울 여의도 소재의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시대를 맞으며 부동산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대출이 사업 진척도에 따라 희비가 가릴 모양이다. 부동산 업황 불황을 이유로 사업 진행이 느려지면서 채권 회수가능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증권사 경영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대형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택하는 방식의 부동산 PF를 운용해 온 소형사들의 위험이 더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몇 년 간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앞다퉈 부동산 PF 투자 규모를 매년 늘려왔다. 이같은 기조 속 대형 증권사들은 그나마 리스크가 적으면서도 수익성이 보장된 PF 운용을 한 반면, 중소형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더 많은 리스크를 안고 PF 운용을 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 규모가 상승세인 가운데 소형사들의 익스포져 규모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규희 금융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IB부문 이익 확대를 견인한 부동산 PF 주선·채무보증 수수료는 요구수익률 상승과 부동산 경기 하락 기조 등이 맞물리며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금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수익 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수익성 및 재무안정성 저하압력이 존재할 것”이라며 “IB 수익규모 추이과 부동산PF 관련 우발부채 현실화 및 건전성 저하 가능성, 타 사업부문 수익다변화를 통한 경상적 영업비용 충당 능력 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모는 28조8436억원으로 전년(28조8042억원) 대비 0.14%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2022년 3월 말 기준 1968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459억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8.3%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연체율은 3월 말 4.7%로 2021년 말(3.7%) 대비 1%p(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증권사의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연체율 상승은 중소형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건설 공사비가 증가하고, 주택 미분양 수도 늘어나는 등 부동산 금융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이들 중소형 증권사들의 PF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중·후순위 위주의 딜을 진행하는 것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중소형사의 중·후순위 익스포져 비중은 대형사 대비 높게 나타났다. 

대형사의 중·후순위 딜 비중은 30% 수준에 그친 반면 중형사는 63%, 소형사는 72%로 집계됐다. 중소형사의 경우 자본력이나 영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한정된 자본여력 대비 높은 수익을 얻고자 비교적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도 대형사 대비 중소형 증권사의 리스크가 클 것으로 바라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PF 사업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대형사들의 경우에는 안정성 확보에 유리한 선순위 딜 위주로 들어가는 만큼 담보 등 위험 요소에 대해 리스크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 딜들이 많은 만큼 안전하거나 문제가 될 요소가 있는 딜들은 심사팀, 리스크팀에서 통과를 시켜주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도 “다만 중소형사의 경우 중·후순위 딜에 참여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PF 익스포저가 적어 손실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PF 수수료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동산 시장 둔화가 곧 실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부동산 PF 채무보증 잔액은 24조6675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24조2488억원) 대비 1.73% 증가한 금액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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