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에도 ‘매수’ 일색…증권사 리포트 신뢰도 ‘흔들’

시간 입력 2022-09-19 07:00:02 시간 수정 2022-09-16 17: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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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매수 83.9%·매도 3.4%
매수 의견 100%인 증권사도 ‘허다’
최근 5년간 전체 투자의견 중 매도 의견 32건에 불과
“해외처럼 독립리서치 활성화하는 방안 必”

올해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한 긴축 기조에 따라 국내 증시 역시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의 투자 리포트는 여전히 투자를 유지하거나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매수 의견으로 편중된 증권사 리포트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은 매수가 83.9%, 중립(보유) 의견은 12.7%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도 의견은 3.4%에 그쳤다.

올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발 전쟁과 미 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로 인한 증시 둔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리포트는 여전히 매수 또한 중립 기조를 이어갔다.

리서치센터 인원이 비교적 많은 초대형 IB의 경우 △미래에셋증권(93.4%) △한국투자증권(91.6%) △KB증권(86.2%) △NH투자증권(84.4%) △삼성증권(84.2%) 순으로 나타났다.

매수 의견이 100%인 증권사도 허다했다. 실제로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부국증권 △한양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매수 의견이 100%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다양한 투자 의견을 내놨다. 특히 메릴린치는 매수 54.7%, 중립은 22.5% 수준이었다. 매도는 22.8%로 높게 나타났다. 모간스탠리 역시 매수 39.3%, 중립은 44.4%에 달했으며 매도 역시 16.3% 수준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증권사 투자 리포트의 신뢰도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7~2021년)간 전체 투자의견 2만2907건 중 매수 의견은 2만355건(88.8%)에 달했다. 중립 의견은 2520건(11%)이었으나, 매도 의견은 32건으로 0.13%에 불과했다.

이 역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의 전체 투자의견은 11만8019건으로, 이 중 매수 의견은 5만9213건으로 약 50%의 비중을 보였다. 중립 의견은 4만126건(33.9%), 매도 의견은 총 1만8680건(15.82%)으로 상대적으로 고른 의견 비중을 보였다.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매도 의견 비중은 113배 가량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2017년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10건으로 0.20%를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는 4047건(16.51%)를 기록해 80배 차이를 보였다.

2018년에는 국내 증권사 매도 7건으로 0.15%였던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3776건으로 15.18%를 기록해 100배 차이가 났다. 이어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2019년 각각 3건(0.07%), 3573건(16.80%) △2020년 7건(0.16%), 4717건(18.18%) △2021년 5건(0.12%), 3267건(12.93%)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도에 관한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난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도입하며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중립·매도로 구분하고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어 2017년, 2019년에도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와 기업간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매도 의견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여전한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 관계에 따라 자료제공에 협조하지 않거나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불이익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가 증권사의 잠재적인 고객인 만큼 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은 금융상품 판매와 대출,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IB) 부문에 있어 하나의 수익원으로 꼽힌다. 아울러 해당 기업의 주주들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리포트에는 애널리스트의 자리 번호가 기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매도 리포트가 나올 경우 주주들의 전화를 피할 수 없다”며 “만약 매도 리포트를 통해 주가가 떨어질 경우에는 기업의 IR들이 만나주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에 분석 리포트를 내보낼 수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IR 관계자 역시 기업에서 자랑할 만한 자료를 위주로 공유하다 보니 부정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는 잘 없다”라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기업 내부인이 아닌 만큼 자료를 면밀하게 알 수는 없어 매도 입장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증권사의 객관성을 강요하기보다는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연이어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형식적이거나 무소용”이라며 “해외처럼 독립리서치를 활성화하거나, 특정 투자의견 비율 조정을 권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상장사·기관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증권사의 처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와 미중 갈등, 고금리 등으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매수 의견으로 편중된 증권사 리포트는 개인투자자들의 판단을 저해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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