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불황에도 2배 뛰었다…증권사, ‘스팩’ 활황

시간 입력 2022-09-16 07:00:11 시간 수정 2022-09-15 17: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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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팩 상장 예상치 40여개…평균치 2배↑
400억원 규모 ‘초대형 스팩’ 부상
“스팩 활황, 시장상황 지켜보며 대응하려는 의도 커”

올 상반기 부진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둔화 및 시장 악화에 따라 IPO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상장을 앞둔 기업에게 공모액 변동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스팩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총 상장기업 수는 69개로, 공모액 총계는 1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장기업 수는 79개였으며, 이들은 총 15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전년 대비 공모액 자체는 4.5%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올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12조8000억원)로 상장한 것을 감안하면 IPO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IPO 투심이 얼어붙은 반면 스팩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말까지 상장한 스팩은 22개사에 달한다. 현재도 17개 스팩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까지 총 40여개 안팎의 스팩이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스팩 청약이 10여개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뛴 수준이다.

최근에는 ‘초대형 스팩’ 또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인 스팩의 경우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5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반면 초대형 스팩의 경우 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NH증권은 지난해 ‘스팩19호(공모금액 960억원)’, ‘NH스팩20호(400억원)’ 등 대형 스팩을 연이어 상장시킨 바 있다. 하나증권 역시 400억원 규모의 ‘하나금융25호스팩’의 수요예측을 내달 4~5일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IPO는 기업에 있어 큰 규모의 외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로, 대부분의 IPO 예정기업들은 공모 규모를 최대한 높이길 원한다. 다만 지금과 같이 공모시장이 침체된 시기에 상장하게 될 경우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했던 공모자금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스팩의 경우 공모자금이 상장 당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모액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했다는 평가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팩과 비상장기업이 합병할 때에는 기관 수요 예측 절차 없이 평가기관의 기업가치 평가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돼 공모액 변동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이 장점”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스팩을 이용하면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결정하기 전까지 이자를 받으며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스팩의 활황이 시장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둔화 및 시장 악화에 따라 IPO 시장이 위축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는 IPO 주관을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 및 상장을 지원한다. 빅딜이 무산될 경우 IPO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데, 시장 악화에 따라 IPO 예정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잇달아 철회하며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스팩 활황은 시장 상황이 개선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한 긴축기조에 따라 주식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스팩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증시 상황이 좋을 때 상장하는 것이 자금조달이나 기업가치 산정에도 유리하며, 증권사 입장에서도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려는 의도가 크다”면서 “과거에도 시장 침체기에 스팩 상장이 증가한 바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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