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독무대였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장이 뒤바뀌며 증권사가 주도하는 분위기다. 국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상품이 생기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대규모 이동한 결과다. 현재 증권사의 ISA 가입자수는 전체의 8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증권사의 ISA 가입자 수는 342만13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ISA 가입자 중 76.7%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반해 은행의 가입자 수는 104만2630명으로 전체의 23.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하더라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던 증권사의 ISA 가입자 수는 1년 만에 크게 뛰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194만5668명으로, 이 중 증권사 ISA 가입자는 95만400명(48.8%)으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반면 은행사의 가입자 수는 99만4919명으로 전체 중 51.1%를 차지하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ISA 시장 내 은행권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이뤄진 것은 투자증개형 ISA 시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투자중개형 ISA 시행 직후인 지난해 2월 말 증권사의 ISA 가입자 수는 17만6329명으로, 전체 중 8.5%만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파이를 은행(91.5%)이 차지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ISA는 출시 보름 만에 가입자 수가 10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ISA는 지난 2016년 처음 출시된 이후 예금과 펀드, 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다만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가입자 수가 점차 줄어들며 시장이 축소됐다. 2016년 12월 말 기준 239만788명까지 올랐던 ISA 가입자 수는 2017년 말 기준 211만9961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8년 12월 215만3764명으로 소폭 상승한 가입자 수는 2019년 207만7072명, 2020년 193만9102명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2월 말 ISA 활성화를 위해 투자중개형 ISA를 내놨다. 기존 일임형과 신탁형 ISA의 경우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없었으나, 중개형 상품 출시에 따라 주식에도 투자가 가능해지자 투자자들이 갈아타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정부가 중개형 ISA에서 발생하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전면 비과세한다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자 중개형 ISA 가입자는 7월 한 달 새 34만명 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중개형 ISA가 도입된 지난해 2월 말과 최근 증권사 ISA 가입자 수는 1840.3%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개형 ISA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금리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으나 ISA 상품의 경우 수익률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세제혜택이 유리하며, 연말정산 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하려는 고객들이 절세혜택까지 활용하기 위해 중개형 ISA계좌를 개설하거나 추가납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SA는 배당소득을 비롯해 투자소득의 200만원(일반형)까지 비과세하는 대표 절세계좌로, 특히 수익과 손실 전체를 합산해 과세하기때문에 절세효과가 크다"며 "뿐만 아니라 배당금 수익에도 200만원까지 비과세가 적용되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중개형 ISA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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