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동산 PF, '알짜'에서 '뇌관'으로 전락하나

입력 2022-08-03 07:00:08 수정 2022-08-02 17: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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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부동산 PF 연체율…직전 분기 대비 61.1%↑
NICE신평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져…차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

<사진=연합뉴스>

2분기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이 반토막 난 가운데 알짜 사업으로 통했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된 것은 물론, 부동산 PF 연체율까지 높아지며 하반기 실적 악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용평가사가 증권사의 부동산 PF 사업에 대해 차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을 내비치는 등 증권사의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확산 중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85.89% 급감하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밖에 △NH투자증권(-55.8%) △KB증권(-54.6%) △신한금융투자(-45.3%)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던 부동산 PF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조836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말 18조3461억원 대비 79% 증가한 금액이다.

앞서 증권사들은 부동산 사업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 증권에 유동성이나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PF 사업장을 상대로 채무보증을 해 왔다. 

부동산 시장 상승세에 따라 최근 5년간 부동산 PF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앞다퉈 부동산 PF 투자 규모를 매년 늘려왔다. 실제로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큰 증권사의 경우 올 1분기 호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장외파생상품업 인가로 부동산 PF 사업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금융자문수수료로만 593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269억원) 대비 약 120% 증가한 수준이다. 이 수수료의 대부분은 부동산 PF보증 수수료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를 포함한 기업금융(IB)부문 호실적에 힘입어 연결기준 영업이익 3770억원(전년 대비 32.4% 증가)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익이 3000억원을 돌파했다.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 <자료=국토연구원, NICE신용평가>

문제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연쇄적으로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뿐만 아니라 공사비와 금리 인상 및 인플레이션 등 외부 변수 등으로 인해 부동산 PF의 부실화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 전체 위험노출(익스포저) 규모는 지난 2017년 말 1797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566조4000억원으로 42.8% 증가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증자, 이익누적 등 확충된 자본을 기반으로 부동산 IB부문을 적극 확대했으나 초대형·대형 증권사 대비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이 열위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NICE신용평가가 국내 24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해 3가지 모니터링 지표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말 기준 중형사(71%)와 초대형사(70%)의 부담이 대형사(62%) 대비 크게 나타났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둔화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당장 부동산 익스포저의 부실화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시장 둔화가 관련 부문 수익의 둔화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PF 익스포저가 적어 손실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PF 수수료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동산 시장 둔화는 실적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PF 연체율 또한 증가 추세에 접어들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금액은 198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6.2%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곧 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것인 만큼 기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일 수는 없다"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실적 하락으로도 영향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차원에서의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증권사의 신용평가 등급이 낮아질 위기까지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사가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증권사의 경우 신용평가 등급이 높을 시 회사채 발행 시 이자를 낮은 가격에 받을 수 있으며, 해외 진출 시에도 유리한 면이 있다. 이 가운데 NICE신용평가사는 부동산 익스포저가 과도한 증권사의 경우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기필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3가지 모니터링 지표를 중심으로 증권사별 부동산 익스포져 위험도를 파악할 계획"이라며 "투자지역 및 물건과 분양률, LTV(주택담보대출), 신용보강구조 등 세부현황에 대해 점검하고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에는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만으로는 증권사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자체가 자금 조달·중개 업무를 하는 곳인 만큼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높다"며 "ESG 경영과의 연관성이 있기는 하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고 증권사에게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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