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동참한 반대매매 완화…“단발성 부양책에 불과”

시간 입력 2022-07-11 07:00:09 시간 수정 2022-07-08 17: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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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KB 담보유지비율 인하 결정, 삼성‧NH 검토 중
중장기적 리스크 확대 우려 잇따라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신용공여 담보유지비율 인하에 나서며 당국의 정책에 동참했다. 증시 급락 추이 속 반대매매 급증을 막아 급한 불은 끄겠지만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주식 매입을 위해 신용융자(대출)를 활용했지만 이를 약정한 만기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방식이다. 반대매매는 전날 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신용공여(신용융자, 주식담보대출) 담보유지비율을 10%포인트 인하한 130%로 변경한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금융당국의 증시 변동성 완화조치에 동참하기 위한 결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개최한 금융시장합동점검회의에서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3개월간 면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증시 급락 추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반대매매 급증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차원에서다.

기존 금융투자업 규정 4-25조 3항에 따르면 증권사는 신용융자를 시행할 때 담보를 140% 이상 확보하고 증권사 내규에서 정한 담보비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완화조치는 해당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것이 골자다.

KB증권도 이날부터 신용공여 담보유지비율을 10%포인트 인하한 130%으로 변경한다.

그간 완화조치 동참에 미온적이었던 대형사들이 이날부터 비율 완화를 단행하는 데 따라 반대매매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과 여타 중소형사들이 선제적으로 시행한 반대매매 1거래일 유예 조치만으로도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증시 위탁매매 미수금은 2397억3400만원이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42억3600만원으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6.0%다. 이는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4일과 비교해 2거래일 만에 3.6%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올 들어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가장 높았던 지난달 15일(13.1%)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결과다.

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과 대형사인 KB증권도 반대매매 비율 완화를 결정한 만큼 아직 동참하지 않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이른 시일 내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비율 완화를 다방면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완화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고 있다. 증권사에 손실을 떠넘기는 정책일뿐더러 투자자 리스크 역시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담보비율 완화 및 반대매매 유예 조치 시행 기간 중 추가적인 주가 하락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액은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손실 발생에 따른 배임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국내외 거시경제 여건상 증시 변동성 확대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더한다. 실질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상황에서 권고 수준에 불과한 조치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투자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 완화조치에는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순기능이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투자자가 대규모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마련된 반대매매 장치의 제한선이 완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자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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