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연중기획] 한국 경제 주역, 500대 기업 심층분석/(178) 현대백화점
"아무도 보지 못한 과녁 쏴야"…정지선의 뚝심 통했다
MZ세대 콘텐츠·휴게 시설 확대…백화점 공식 깬 시도 호평
'아마존 매트리스' 지누스에 과감한 베팅…'가치의 합' 기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임인년 새해를 열며 "같은 과녁을 향해 정확히 쏘는 것보다 아무도 보지 못한 과녁을 쏘는 새로운 수를 찾는 노력이 쌓일 때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주문했다.
작년 현대백화점은 기존 백화점 공식을 깬 '더현대 서울'을 열었다. 점포 명에서 '백화점'까지 떼는 등 혁신을 거듭한 결과, '미래형 유통 점포'로서 변곡점을 제시했단 평을 받았다. 더현대 서울은 가장 빨리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백화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아마존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를 품었다. 현금이 두둑한 현대홈쇼핑이나 리빙 계열사가 주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현대백화점이 나섰다. 특히 M&A(인수합병)에 있어 외부 차입을 극도로 피했던 관례를 깬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경쟁사 온라인 강화할때 오프라인 '소신'
"경쟁사는 통합온라인몰 진행 중인데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통합 혹은 M&A 검토하고 있나?"
작년 열린 현대백화점 주총에서 한 주주는 김형종 사장에게 이같이 물었다.
김 사장은 "백화점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것은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비효율 전략"이라 꼬집으며,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전략을 꾀하고 있다 소신 발언을 했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할때 오프라인 유통업 '한우물' 전략이라는 역발상으로 현대백화점은 새 역사를 썼다.
통상 신규점이 문을 열면 초반 눈도장을 찍기 위한 대면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팬데믹 시기 신규점을 여는 백화점 업계의 속내는 복잡했다. 모객 마케팅으로 자칫 코로나 확산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고객이 몰려도 기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총 3개 점포를 열었다. 대전과 남양주에 각각 프리미엄 아울렛을, 여의도에 백화점 더현대 서울을 열었다. 단연 이목을 끈 것은 더현대 서울이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더현대 서울에 약 1800억원을 투자했다. 더현대 서울 개장을 앞두고 판교점이 단기간 '연매출 1조원' 기록을 세우면서 분위기가 끌어올랐고, 작년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 연 매출 8000억원을 올렸다.
'오피스 타운'인 여의도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한계에도 '잠재적 소비층'인 MZ세대를 끌어안은 결과다. 백화점업계 최초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 SPA 브랜드인 '아르켓(ARKET)',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BGZT(번개장터)랩' 등 MZ세대 겨냥 콘텐츠를 선보였다. 전체 영업 면적의 상당 부분을 실내 조경이나 휴식 공간에 할애해 단순 쇼핑이 아닌 머무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꾀한 것도 주효했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연 매출 9000억원을 넘기고 내년에는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판교점이 5년 4개월 걸린 것을 감안하면 더현대 서울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가치의 합' 강조한 정지선…지누스에 베팅
현대백화점에게 변곡점이 된 것은 지난 2010년 세운 '비전 2020'이다. 이를 토대로 전략을 세우고 실현한 결과 '유통·패션·리빙' 3대 비즈니스를 완성했다.
지난 10년간 현대백화점의 매출을 보면, △2012년 1조5200억원 △2013년 1조5337억원 △2014년 1조5519억원 △2015년 1조6570억원 △2016년 1조8318억원 △2017년 1조8481억원 △2018년 1조8622억원 △2019년 2조1989억원 △2020년 2조2732억원 △2021년 3조572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 제시한 '비전 2030'에서 유통 부문은 29조원까지 외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기준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 부문 매출은 약 13조원이었다.
지누스를 인수한 것도 비전 2030 추진의 일환이었다. 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지누스는 온라인을 주 유통망으로 해 가성비 높은 매트리스를 판매해 인지도를 쌓은 회사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기관 문까지 두드렸다. 과거 현대백화점그룹의 M&A 사례를 살펴보면 '사내유보금' 내에서 움직인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번 지누스 딜은 인수 자금 8790억원 가운데 70%를 외부 차입을 조달했다. 관행을 깰 만큼 비전 달성이 간절하다는 방증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누스를 인수해 리빙 부문과 맞손을 잡는 것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지선 회장은 "내·외부의 경쟁적 경합 보다는 개방적 관점에서 이종 업종간 '가치의 합'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프라인 유통과 리빙 간 '가치의 합'을 위한 구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리바트가 백화점 유통망 확대를 꾀했다. 지누스는 온라인 채널 강점은 유지하되 백화점이 보유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 측은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구매력이 높은 탄탄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현재 중저가 위주의 지누스 사업 모델을 중고가 시장으로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기반의 수면시장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말 시장점유율은 29%로, 작년 말 수준을 유지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적 오픈을 발판으로 오는 2025년 청주에 시티아울렛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