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보유량 늘린 증권사…금리상승에 평가액 손실 급증

시간 입력 2022-04-28 17:49:10 시간 수정 2022-04-29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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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 3개월만에 1.33%p 상승… 오를수록 평가손실 늘어  
금융당국 금리상승 기조 유력… 채권운용손실 불가피

최근 몇 년간 채권보유량을 늘린 증권사들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운영부문 평가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채권금리가 오른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금리상승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금리당국의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부문은 상당기간 고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채권금리가 오르면 반대로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이에 채권보유량이 많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채권손실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FVPL, 1년 만에 2조 이익→ 9000억 적자전환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말 증권사 47개사 채권 보유 규모는 253조84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9조1832억원(3.75%)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들이 채권 보유량을 늘린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금융당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경우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췄으며, 3년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같은해 0.795%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채권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정책 등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1.25%까지 올렸으며 채권금리도 꾸준히 상승해 올초에는 1.855%를 기록했다.

이에 국채·지방채, 특수채, 회사채 등 채권이 포함된 공정가치측정증권 평가손익(FVPL)도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증권사 공정가치측정증권 연간 평가 손실규모는 919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앞서 2020년에는 연간 2조484억원의 평가 이익을 달성했다.

실제로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도 대부분 영업실적 악화 원인을 채권 운용손실로 꼽고 있다. KB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19조7000억원 수준의 FVPL 계정의 채권을 올 1분기 16조8000억원까지 줄였다. 그럼에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트레이딩(상품운용) 및 상품손익은 전분기 대비 57% 감소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여서 채권시장에서 채권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올라간다”며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손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연내 금리 추가상승 시사… 고민빠진 증권사

연내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증권사들이 채권운용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연내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증권사들이 채권운용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금융당국의 금리상승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1.5%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3년물 금리는 3.186%를 기록했다. 3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선 건 2013년 이후 9년여만이다.

채권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 Fed가 5월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금리인상안을 예고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거론하며 금리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채권평가 손실폭도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리가 0.5%포인트 오를때마다 채권(3년물 전체)평가 손실이 약 9000억원 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리상승으로 인해 채권가격이 하락할수록 파생상품으로 헷지(위험회피)를 시도하거나 만기가 짧은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증권사의 경우 패닉셀(공포매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같은 조치는 손실폭을 줄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상승 속도가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채권운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재무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채권 보유비중을 적정수준 유지해야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팔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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