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자회사 팔 걷으니 속도 붙는 '스타트업' 투자

시간 입력 2022-02-21 07:00:01 시간 수정 2022-02-21 08: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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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비전 들고온 이재현, 혁신 앞당겨
식품·리빙·자율주행 등 연관 사업에 직접 투자

CJ그룹의 벤처캐피탈(VC) 기능이 계열사로 분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 등이 연초부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유망 기업에 직접 투자했다.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은 10년 만에 임직원 앞에 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주요 계열사를 시작으로 新(신) 성장 엔진 장착을 위한 스타트업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코니크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이 이 회사를 눈 여겨 본 것은 작년 11월이다. 이달 이코니크는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 모집을 완료했다.

이코니크는 SNS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예측해 브랜드를 기획하는 푸드 브랜드 빌더다. 대표 제품으로는 200만개 이상 팔린 '하루단백바'가 있다.

이달 CJ ENM은 브런트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총 60억원 규모로 진행된 투자자 모집에서 CJ ENM이 주도적으로 나섰다. CJ ENM은 브런트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브런트는 프리미엄 리빙 전문 플랫폼 '콜렉션비'를 운영한다. CJ ENM 커머스 부문이 출시한 통합몰 CJ온스타일은 리빙·패션·뷰티 등 3대 카테고리 전문몰을 운영하고 있어 투자시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해 투자에 참여했다.

CJ ENM 커머스 부문이 작년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40억원이다. 올해는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릴 계획인데, 연초부터 1곳에만 30억원을 투자해 목표 달성에 순항이 예상된다.

CJ온스타일 측은 "패션, 뷰티 등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되는 유망 기업 여러 곳을 둘러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CJ대한통운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에 투자했다.

그간 스타트업 투자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법인 타임와이즈엔터테인먼트(이하, 타임와이즈)를 거쳤다. 타임와이즈가 사전에 접촉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함께 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작년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올리브네트웍스가 투자한 바로고는 2년 전 타임와이즈로부터 투자를 받은 곳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달에도 타임와이즈와 배달 서비스를 하는 '플레이팅'에 투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타임와이즈 한 곳에 모아진 VC 기능이 각 계열사로 분업화돼 올해 가속도가 붙었다.

계열사들의 움직임에 불을 지핀 것은 작년 이재현 회장이 발표한 중장기 비전이다. CJ그룹 △Culture(문화) △Platform(플랫폼) △Wellness(건강)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등 4대 과제 육성 등을 담은 중장기 비전을 내놨다.

특히 이 회장은 유전병을 앓고 있는 탓에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10년 만에 임직원 앞에 선 이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고, 인재를 키우고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며 자책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투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 조직도 만들었다. 식품은 '뉴프론티어팀'이, 바이오는 '테크브릿지팀'이 각각 맡아 분야별 유망 기업을 찾고 있다. 작년에 투자한 아일랜드 생명공학기업 '누리타스'는 테크브릿지팀이 발굴한 곳이다. CJ제일제당은 미요코스 크리머리, 플렌터블, 시오크밋 등 글로벌 대체식품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그룹의 전략 방향과 맞물려서 유망 기업 여러 곳을 보고 있다"며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CVC와 달리 자사 사업과 뜻이 잘 맞는 기업에 투자해야겠다 판단해 별도 조직도 꾸리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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