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이행 속도내지만"…LH, 직무급제 도입은 '산 넘어 산'

입력 2021-09-13 07:00:02 수정 2021-09-11 18: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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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제 설계 막무리 단계지만 노사 합의 난항 예상
노조 "직무급제, 투기근절 대책과 무관" 원천 반대

지난 6월 LH 간부 직원들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사장 김현준)가 내부 통제 장치 구축 등을 통해 'LH 혁신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은 투기 근절 대책과는 무관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향후 노사 합의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직무급제는 일하는 사람의 나이나 근속연수·성별·학력·인종과 관계없이 업무 성격·난이도·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제도다. 기술직·사무직·단순 노무직의 임금체계를 완전히 달리하는 식이다.

13일 LH에 따르면 공사는 올 초 직무급제 설계 연구 용역을 마무리 짓고, 현재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부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LH는 직무급제 도입이 혁신안 과제로 지정되기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이미 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기초 설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LH 관계자는 “연구 용역은 LH 투기 사태 훨씬 이전부터 이뤄졌고, 제도적인 큰 틀은 갖춰 놓은 상태에서 세부 보완 작업을 진행하는 단계”면서 “다만 아직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합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준 사장이 준법감시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H>

최근 LH는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투기 근절·조직 쇄신의 일환으로 준법감시관제를 도입하는 등 내부 통제 방안을 연달아 마련했다. 그러나 LH 혁신안에 포함돼 하반기 중점 추진해야 할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 실시 및 노사합의’는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LH가 제도 설계에 착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별 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직무급제 도입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향후 합의를 도출하는 데도 진통이 예상된다. LH노동조합 관계자는 “LH 혁신안에 포함된 직무급제 도입은 투기 사태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노조는 직무급제와 복리후생비 감축 등 투기 근절과 무관한 사안들은 원천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무급제가 전체 근로자의 생애 임금이 줄지 않고 보전되는 방식으로 추진되려면 기재부에서 승인하는 총인건비도 늘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상급단체와 같이 연대 항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공공부문의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싼 노동계의 반발은 거센 편이다.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호봉제와는 달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임금이 크게 깎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지난해 기준 직무급을 도입한 기관은 한국도로공사 등 18곳에 불과하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직무급제는 기존 근속 기준과 달리 상대적 직무 가치로 판단해 임금이 지급되다 보니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하는데, 그 과정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신설 공공기관이라면 제도를 완전히 새롭게 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용성이 있는 일부 직무에 한해 변동을 주고, 기존 보수체계와 직무급제가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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