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3년' 조원태 한진호... 항공대통합 과제 풀고 날아오를까

시간 입력 2021-03-29 07:00:01 시간 수정 2021-04-08 10: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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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 스타트' 세대교체로 신성장시대 여는 기업<4>
자율복장제, 점심시간 선택제, 단기 희망휴직제 등 기업 문화 개편
대한항공 실적 개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등 경영 능력 보여줘야

대기업 집단의 총수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매우 길다. 한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젊은 오너 조원태 회장의 얘기다. 그는 취임 후 임원진 교체, 조직 및 기업 문화 개편 등에 나서며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코로나19 등으로 매순간이 위기였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항공 시장 재편의 중심에 섰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건이다. 젊은 경영인 조원태 회장은 취임 이후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어깨가 무겁다. 아직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시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진가 장남 조원태가 그룹 회장에 오른 것은 2019년 4월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때문이다. 이후 곧장 회장 자리에 올랐다. 같은해 11월에는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체제를 알렸다.

당시 조원태 회장의 선택은 안정감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둔 인사로 평가받는다. 임원 직위체계 변경 및 20% 이상 축소, 세대 교체에 집중해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조원태 회장의 측근으로 불리던 우기홍 부사장을 대한항공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고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은 한진칼 대표만 맡겼다. 한진 서용원 사장, 한국항공 강영식 사장 등과 작별하며 아버지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

조원태 회장은 조직 개편에도 힘을 줬다. 지난해 유럽 및 동남아시아 지역본부를 폐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 지역의 해외 지역본부만 운영한다.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조직 문화도 마찬가지다. 자율복장제, 정시 퇴근제, 점심시간 선택제, 단기 희망휴직제 등 모두 조원태 회장 체제 하에서 단행된 것들이다.

조원태 회장이 그룹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든 것. 조현아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조원태 회장을 공개 비난했다.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그동안 지속해서 한진 오너일가의 경영 방식을 비판해온 KCGI 그리고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결성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후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선 3자 주주연합의 공세에 위기감이 증폭됐지만 산업은행이라는 변수로 상황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차례 인수합병(M&A) 실패 후 새주인 찾기에 나선 산업은행의 시선이 조원태 회장으로 향한 것. 대한항공은 항공 시장 재편이라는 명목 하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10.7%를 확보했다. 이전까지 지분율에서 약 5% 정도 앞서던 3자 주주연합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하며 맞섰지만 실패로 끝났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도는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 약 36.7%, 3자 주주연합 약 40.4%다. 주주연합이 이번 정기 주총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점도 경영권 분쟁 종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로워진 조원태 회장의 시선은 오롯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집중된다. 자금 지원에 나선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을 제외한 오너일가의 항공 경영 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기로 했다. 동생인 조현민 한진 부사장이 최근 한진칼 전무 등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물류 계열사인 (주)한진을 온전히 조현민 부사장에 맡기기로 한 모양새다. 올해 주총에서 HYK의 견제로 사내이사 등극에는 실패했지만 기업의 신사업 등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과 HYK의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조현민 부사장의 경영보폭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에 집중하는 조원태 회장은 그동안 아쉬움을 남겼던 경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화물 집중 전략으로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성적이 미비했던 탓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대한항공의 경영실적 악화다. 조원태 회장은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바 있다. 이후 실적은 내리막이다. 영업이익은 2017년 9939억원에서 2018년 6983억원, 2019년 2864억원으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2017년 9360억원에서 이듬해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 역시 2017년 500%대에서 2019년 800%대로 늘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무너지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합산 매출액은 2016년 15조6800억원에서 2020년 10조8014억원으로 약 31%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2835억원에서 영업손실 240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조원태 회장 앞에는 다른 과제도 산더미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독과점 문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 운항 노선 143개 중 32개 노선이 점유율 50%를 넘어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슬롯 반납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한 관계자는 "LCC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통합 시 발생할 독과점 이슈에 따른 슬롯 재배분 등을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고용불안도 해결해야 한다. 조원태 회장은 줄곧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다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 직원들은 작년 말 기준 2300여명인데, 이들은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원태 회장 개인적으로는 상속세 문제도 여전하다.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보통주(17.8%)와 우선주(2.4%)를 이명희, 조현아, 조현민 등과 함께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한진 오너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27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매년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1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 일부를 KCGI 측에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도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6차례 상속세를 내기로 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조원태 회장의 연봉 인상도 상속세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년 대비 40% 인상된 연봉을 수령했다.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5%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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