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실 해외법인에 골머리...자본잠식 '르완다 법인' 청산vs존속 기로

시간 입력 2021-02-16 07:00:06 시간 수정 2021-02-16 07: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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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LTE 네트워크 합작 법인 누적 손실 약 1900억원
전국 LTE망 구축에도 현지 가입자 전환 부진
부실 해외법인 정리 '시동'...르완다도 정리여부 주목

KT가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설립한 현지 법인들이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설립 이래 적자를 기록해온 르완다 합작법인도 전국망 LTE(롱텀에볼루션) 구축 이후에도 손실이 확대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아프리카 르완다 합작법인 'KTRN(KT KT Rwanda Networks Ltd.)'은 2013년 설립 이후 작년 3분기 말까지 약 1905억원에 이르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자산을 부채가 상회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존속위기에 처해있다.

상황이 이렇자 KT 르완다 법인에 대한 매각설과 청산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사업 관계자는 “KTRN이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19년에는 KT가 현지 통신사 MTN에 KTRN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KTRN은 2013년 말 이석채 전 KT 대표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KT 지분 51%, 르완다 정부가 지분 49%를 갖고 설립한 네트워크 구축 합작 법인이다. 25년에 걸친 4G LTE 네트워크 도매 독점 사업권과 175MHz에 달하는 광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았다.

KTRN이 설립 이후 적자를 냈지만 KT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2018년 르완다는 아프리카 최초로 LTE전국망 구축을 완료했고, KTRN은 현지 통신사들과 LTE망을 연동해 망 도매대가 사업을 영위해왔다. KT는 이를 계기로 LTE 가입자가 확산되면서 2019년부터 KTRN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적자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 법인의 순손실은 △2013년 말 -9억4300만원 △2014년 말 -189억8400만원 △2015년 말 -287억2100만원 △2016년 말 -314억5500만원 △2017년 말 -227억6200만원 △2018년 말 -292억3800만원 △2019년 말 -316억6200만원 △2020년 3분기 말 누적 -267억2600만원 등을 기록했다.

르완다 법인의 지속된 실적 부진은 LTE망 구축에도 현지 국민들의 LTE 전환이 예상 대비 저조하게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르완다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이 2019년 기준 801.66달러의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열악한 제조업 수준과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LTE 이동통신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르완다 현지 언론 '더 뉴 타임즈(The New Times)'는 한 사설을 통해 르완다의 저조한 LTE 보급률의 원인으로 KT의 독점 사업권을 꼽은 바 있다. 이 언론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르완다 사람들은 사용 가능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G 네트워크에 갇혀 있다"며"4G를 판매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 및 통신 사업자는 KTRN의 불리한 가격대로 인해 제품을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T는 오래전부터 내수 산업에 치중한 통신업을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르완다 외에도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기통신업, 유선인터넷 사업, 해외투자업 등을 영위하는 해외법인을 설립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KT의 폴란드 전기통신업 법인 ‘KBTO Sp.z o. o’도 작년 3분기 기준 약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설립 이후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KT는 같은 기간 이 법인에 대해 약 17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밖에 일본 법인 ‘KT Japan Co., Ltd.’는 1억7900만원, 중국 법인 ‘Korea Telecom China Co., Ltd.' 1억1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KT는 부진한 해외 법인들을 정리하고 있다. 2019년 5월 홍콩 법인 'KT Hong Kong Limited'을 청산한 데 이어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법인(SUPER iMAX LLC)을 또 다른 현지 법인 '이스트 텔레콤'에 합병시켰다. 작년 4월에는 해외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인도네시아 법인(PT. KT Indonesia)의 청산을 완료했다.

KT 관계자는 "르완다 법인 적자는 감가상각비, 환차손 등이 장부에 기재돼 있으나 실질적인 경영 성과와 무관하다"며"현재 어떠한 해외법인에 대해서도 청산 검토나 절차가 진행 중이지 않고 현재 정상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최은수 기자 / escho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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