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도 배달 강행한 쿠팡이츠·배민…라이더 안전문제 ‘나몰라라’

시간 입력 2021-01-08 07:00:05 시간 수정 2021-01-09 07: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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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가장 먼저 배달서비스 중단…잇따라 배민·쿠팡이츠도 서비스 중단
라이더유니언 측 “배달 주문 중개 서비스 자체를 중단했어야” 비판 고조

#지난 6일, 배달경력 1년5개월 차 29살 배달원 A씨가 속해있는 라이더 단체카톡방에는 눈이 오기 시작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가 속한 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아 한 건을 배달하고 난 뒤, 그 다음 배달을 하려는 찰나 눈이 쏟아졌다. A씨 앞에 있던 다른 배달원의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등 도로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A씨는 도로에 갇혔지만 이미 물건을 픽업한 상태로 콜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손님께 전화로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이는 지난 6일과 7일 대한민국을 강타한 폭설과 한파에 라이더 다수가 겪었던 상황이다. 기상 악화 속에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가 배달 라이더들의 배달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뒤늦게 배달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이미 사고가 나거나 도로에 갇혀 피해를 입은 라이더들이 나오고 난 이후였다.

실제로 같은 시각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언’은 배달주문서비스를 즉각 중단하라고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 배달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각 회사는 뒤늦게 배달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이들이 라이더들의 안전 문제를 방치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연재해 속에서 야외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상청은 오후 7시를 기해 서울과 인천, 경기 등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당일 가장 먼저 요마트와 요기요익스프레스 등 자사 배달서비스를 중단한 곳은 요기요였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한 발 늦게 배달서비스를 중단해 라이더들은 위험 속에서 방치됐다.

◇뒤늦게 배달 서비스 막은 배달앱들…안전문제 방치 논란

(좌)쿠팡이츠 배달파트너에게 전달된 메시지 (우) 우아한청년들이 보낸 메시지 <사진제공=라이더유니온>
(좌)쿠팡이츠 배달파트너에게 전달된 메시지 (우) 우아한청년들이 보낸 메시지 <사진제공=라이더유니온>

배민과 쿠팡이츠는 지난 6일 라이더들에게 “운행 시 빙판길에 조심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이상의 안전 조치는 없었다. 다만 기상 상황이 더 악화되자 요기요에 이어 배민은 B마트와 배민라이더스 등 자사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쿠팡이츠는 서울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린 강남과 서초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배달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를 두고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사 서비스만이 아니라 배달 중개 서비스 자체를 중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배달시스템은 배달주문중개플랫폼이 업주와 손님을 연결하고, 그 일감이 배달대행업체에 넘겨지는 형식이다. 즉 플랫폼이 주문을 막지 않으면 365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라이더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특히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 일반배달대행은 개인사업자인 지점 지사장과 라이더 간 위탁계약을 맺는 형태로 지사장의 개별 판단을 통해 퇴근이 가능하다. 또 배달중개플랫폼은 배달을 하지 못했을 때 음식값을 누가 물게 되느냐에 대한 기준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일과 7일 폭설과 한파로 배달서비스 주문이 중단된 배달앱(좌부터 순서대로 배민-요기요-쿠팡이츠)
지난 6일과 7일 폭설과 한파로 배달서비스 주문이 중단된 배달앱(좌부터 순서대로 배민-요기요-쿠팡이츠)

일각에서는 모든 배달 주문 중개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기상악화 상황 속에서도 배달을 하고 싶어 하는 라이더 개인의 선택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박정훈 라이더유니언 위원장은 “오히려 경험이 많은 라이더의 경우 위험한 상황 속에서 배달은 지양한다”며 “당장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거나 경험이 적은 라이더가 자연재해 속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을 하다가 다쳐서 사고가 나고, 이에 따라 더 큰 돈이 지출 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어제 밤부터 요기요 익스프레스와 요마트 배달 서비스를 일시중단한 상태”라며 “요기요 익스프레스 라이더들은 특수산재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사고 발생시 보험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배민 관계자는 “폭설로 인해 배달이 어려워진 라이더들에 대한 보상책은 아직 따로 마련된 것이 없다”며 “생계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사고 시에는 100% 산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 쿠팡이츠, 라이더 보험 대책 등 ‘미비’

배달앱 가운데서도 후발주자 쿠팡이츠는 라이더의 안전 문제에 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배민은 유상운송종합보험, 요기요는 유상운송책임보험을 맺은 배달원에 한해 계약을 맺고 있다. 배민의 배민커넥트의 경우에도 시간제 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반면 쿠팡이츠는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가입이 가능해 대인대물 사고 시 책임은 온전히 라이더 본인에게 돌아간다.

배달콜 거절시 배달원의 평점이 낮아지도록 한 알고리즘도 배달원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달원이 콜 거부할 시 평점을 하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평점은 곧 배차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라이더들은 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일 갑작스러운 폭설 상황에서 배달원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콜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여지없이 평점에 반영됐다.

이 같은 지적에 쿠팡이츠 관계자는 “배달파트너의 안전을 위해 날씨 등 상황에 따라 배송 가능 지역 축소 혹은 일시 배송 중단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며 “쿠팡이츠는 배달 파트너들에게 더 안전한 배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사업주만의 문제 아니야…노동부 가이드라인 절실

다만 이는 플랫폼 업계 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동부 차원에서 기상악화와 같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폭염, 폭설 등에 대한 안전수칙이 안전보건공단에서 몇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이는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안내책자만으로는 현실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륜차(오토바이) 배달에만 한정적인 안전수칙도 문제다. 최근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자전거, 전동킥보드, 자동차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배달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휴업에 대한 보상문제 마련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기상악화 상황은 당일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며칠 간 악조건이 계속될 경우, 라이더들은 자연스럽게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폭설이 내린 6일 다음 날에도 한파로 도로가 얼어 배달서비스가 중단됐다.

라이더유니언 관계자는 “최근 환경오염으로 갑작스러운 기후 변동 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노동부에서 폭염, 폭설, 폭우와 같은 상황에서 야외작업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주들이 매뉴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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