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항공운수] 코로나19에 울고 웃었다...미래 장담 못하는 항공시장

시간 입력 2020-12-16 07:00:02 시간 수정 2020-12-17 07: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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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수요 급감으로 항공사 존폐 위기...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등 항공시장 재편
택배업계 언택트 소비 증가로 호실적... 현장인력 과로사 등 부작용 속출

올해 운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희비가 엇갈렸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전세계 대다수 국가가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여객 수요가 급감했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항공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상태다. 대한항공은 같은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되기로 했다.

항공업계와 달리 택배업계는 코로나19로 웃었다. 언택트 소비가 급증하면서 택배 물동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것. 택배사들은 호실적을 기록하며 미소 짓는다. 다만 급작스럽게 늘어난 물량으로 현장인력(택배기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만 14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 등으로 사망하면서 택배사들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에 휘청이는 항공사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항공사들이 올해 존폐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해외여행이 차단되면서 여객 부문이 마비된 탓이다. 올해 1분기 모든 항공사들이 적자를 기록했고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갈곳을 잃은 항공기는 주기장 등에 방치됐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여객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항공사들은 순환 휴직에 돌입했다.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인건비를 절감하며 버티기를 시작했다.

모든 국적항공사가 적자를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 5조70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0.9%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익은 -11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다만 당기순손익은 -651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적자폭이 줄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물 수요를 노리며 2~3분기 소폭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선전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매출액 3조97억원, 영업손실 2551억원, 당기순손실 6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2% 줄었고 적자 폭은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화물 수요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다.

LCC의 상황은 더 나쁘다. 여객 사업에 치중돼 FSC처럼 화물 비중을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은 모회사 또는 정부 지원금을 받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충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기존에 없던 서비스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도착지 없는 여행이다. 기존에 항공기가 이동수단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관광 상품화가 됐다. 최근에는 관련 상품에 기내 면세품 판매까지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항공시장이 침체되면서 항공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며 "일부 외항사들은 파산 신청에 돌입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분간 순환 휴직,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한 현상 유지 등 항공사들의 버티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 재편 본격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시장 재편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현재 여객 사업을 위한 항공면허를 취득한 항공사는 총 11개다.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선진 국가들은 대부분 FSC 1개, 소수의 LCC로 구성된다. 총 인구수가 약 5000만명인 국내 사정을 감안할 때 항공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신생 항공사 3개에 신규 면허를 발급했다. 이 중 2곳(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은 운항증명(AOC) 발급이 지연되면서 운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항공사 관련 M&A가 활발하게 시도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각각 추진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결렬로 끝이 났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지만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모빌리티그룹을 꿈꾸던 HDC그룹도 추가 실사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최종 계약이 불발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한차례 딜이 무산됐지만 금세 새주인 찾기가 재개됐다.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한진그룹과 M&A를 추진했기 때문.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산은이 자금을 투입하고 지분 약 10%를 확보해 통합 항공사를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의 주주인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제동을 걸고자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의 결절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본격화됐다. 다만 실사, 해외 기업결합심사, 노사 문제 등 해결할 과제가 여전히 산더미다.


◇현장인력 쓰러져도 택배사는 웃었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항공업계와 달리 택배업계는 차곡차곡 돈을 쌓아가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택배물량은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활성화로 택배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택배사들의 실적은 일제히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CJ대한통운은 매출액 7조9399억원, 영업이익 2346억원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6%, 13.9%씩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한진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1조6145억원, 영업이익 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9%, 24.8%씩 늘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액 2조1117억원, 영업이익 287억원으로 각각 5.8%, 39.3%씩 증가했다.

급작스러운 물량 증가는 부작용도 낳았다. 택배사들이 호실적을 누리는 사이 택배기사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름했다. 올해만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자수가 14명에 달한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지난 8월15일 1992년 국내 택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평일 휴무(택배 없는 날)이 시행된 것. 하지만 휴일 물량이 다음날 누적되는 구조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택배기사 업무 과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과로사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택배노조, 언론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나섰다. 결국 택배사들은 지난 10월에야 사과문 및 대책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택배기사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분류인력 투입(3사 총 5000명, 기존 인력 제외),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다만 택배기사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CJ대한통운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주들이 택배기사에 비용을 전가하고 있으며 택배사의 현장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택배사들은 오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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