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반발 거세다…공정위, 요기요 매각 조건 “시대흐름 역행”

시간 입력 2020-11-19 07:00:04 시간 수정 2020-11-20 07: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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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인수 DH측 “매각제안 동의 안해”…내달 열릴 전원회의서 위원 설득 나설 예정
이베이-지마켓 결합 때와 달라진 잣대 논란…코스포, “디지털경제 특성 고려하지 않은 결정”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시한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 조건은 ‘요기요 매각’이었다. 즉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하려면 2위 요기요를 포기하라는 것.

이를 두고 스타트업계에서는 쿠팡이츠·위메프오 등 후발주자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현실만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관련 법률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승인 여부 관련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기업결합과 관련된 조건부 승인 내용이 포함됐는데, 조건은 DH코리아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인상이나 배달원 처우 개선 등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부분에 대한 조건을 걸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요기요 매각은 예상치 못한 조건이라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에 DH 측은 반발했다. 공정위 요기요 매각조건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는 기업결합 목적과도 반한다는 것이다.

DH 측은 “공정위 매각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요기요 매각 제안은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자사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어 업주,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CT) 관련 스타트업계에서도 현실을 살피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마켓과 옥션 인수합병 때에도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다른 경쟁자들이 나타나 점유율은 감소했다”며 “배민과 요기요 결합도 당장의 시장점유율보다는 미래를 내다봐야하고, 현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과 요기요 기업결합 건을 두고 2009년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온라인 e-커머스 초기였던 2009년 이베이는 옥션에 이어 지마켓을 인수했다. 당시 이베이가 지마켓을 인수하면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 시장 점유율 87% 가량을 차지하게 돼 기업결합에서 ‘독과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공정위는 2년여 간의 심사 끝에 판매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시장 역동성이 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쟁 제한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사이 쿠팡, 11번가, 위메프 등 온라인 유통업계 내 후발주자들이 등장했고 시장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베이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쿠팡이 이베이코리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앱 시장 판도도 그 때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1·2위 사업자 배민과 요기요 시장점유율이 90% 가량이지만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이미 DH코리아 소속 배달통을 제치고 요기요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음식배달 시장은 코로나19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울시와 경기도가 지자체 공공배달앱을 출시했고, 대기업도 속속 배달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와 한국엔젤투자협회도 공동으로 입장을 내고 요기요 매각을 조건부로 하는 DH-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에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배민과 DH의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 신호가 전달됐다”며 “공정위의 판단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립과 퇴행을 추동하는 조치이며 국가 간, 산업 간 경계 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회 등 시민단체는 기업결합 자체를 불허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제정해 온라인 모바일 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내달 초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심사 최종적으로 기업결합 심사 조건을 정하게 될 예정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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