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산은 덕에 경영권 분쟁 유리한 고지 선점하나

시간 입력 2020-11-17 07:00:03 시간 수정 2020-11-18 08: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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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8000억 원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산은, 한진칼 지분 10.66% 주요 주주 등극



정부 주도 하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추진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남매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정부가 한진칼 지분 확보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진칼의 지분구조는 KCGI(강성부펀드)가 주도하는 3자 연합이 46.71%,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우호지분이 41.4%다.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 회장이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출자를 하면 약 10.6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지분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될 경우 총 47.99%로 3자 연합(40.41%)을 앞서게 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을 투자하고 30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 원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진칼은 산은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상증자 전이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은이 투자를 끝낸 직후 8000억 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조달한 자금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 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 원에 충당할 계획이다.

◇글로벌 10위권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

2개 국적항공사를 비롯해 많은 저비용항공사(LCC)가 난립하면서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항공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항공업은 고사 직전으로 몰렸다.

이러한 가운데 국적선사의 통합은 또 다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인구 1억 명 이하 국가의 경우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복수 체제인 우리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 국가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노선망과 항공기, 공급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세계적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지만 '수송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한진그룹의 창업이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했다"며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역시 "현재 글로벌 항공시장이 치열한 만큼 독과점에 따른 비용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오히려 노선이 다양화되고 스케줄이 다양화되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며 두 항공사의 합병 시너지를 기대했다.

◇산은 지분, 한진家 남매 간 경영권 분쟁 측면 지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적항공사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산은이 투자를 통한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현재 조 회장 측과 KCGI 등 3자연합의 지분구도는 각각 41.78%, 45.23%로 3자연합이 앞서 있다.

산은이 투자를 통해 배정받는 주식 수는 706만2146주다. 한진칼 총 발행주식은 5917만603주에서 6623만2749주로 늘어나고, 이때 산은의 지분율은 10.66%이다.

발행주식수 증가에 따라 3자연합의 지분율은 45.24%에서 40.41%로 4.83%포인트 하락한다. 반면 산은의 지분까지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면 조 회장 측은 총 47.99%로 지분 관계가 역전된다.

조 회장 개인의 지분 확대를 통한 경영권 지키기가 불가능한 만큼 지금까지 지분 싸움은 우호지분 확보에 무게를 두고 진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델타항공이다. 지난해 6월 조 회장 일가와 2대 주주 KCGI 경영권 다툼이 치열했을 당시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며 백기사로 등판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현재 14.9%까지 끌어올렸다.

이밖에 고 조양호 회장과 친분이 있던 GS칼텍스, 한일시멘트, 경동제약 등이 한진칼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현 경영진을 지원하게 되면 3자연합과의 지분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다"며 "3자연합이 내년 주총에서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 참여에 나설 계획이었다면 맥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은 측은 "현 경영진이 경영을 맡고 있는 만큼 거래의 주요 대상이었다"며 "지원의 대가로 조 회장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매년 경영성과를 평가해 미흡 시 퇴진 등 경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방적으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도 없을 것"이라며 "3자 연합 및 기타주주와 의결권을 나눌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자 연합 측의 반발은 거세다. KCGI는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살리기를 위해 국민혈세를 낭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조원태 회장의 단 1원의 사재 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조원태 회장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 및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조원태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KCGI는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법정소송을 예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성희 기자 / lsh84@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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