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배불린 택배3사... '예고된 참사' 책임 외면 속 뒤늦은 현장인력 챙기기

시간 입력 2020-11-04 07:00:04 시간 수정 2020-11-05 08: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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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새백배송 전쟁이 부른 택배참사, 해법은 없나?㊥
코로나 사태로 물량 30% 증가... 당분간 지속 성장 전망
택배기사 처우 개선 등 대책 마련 나선 택배사
전문가 "업무환경 개선 등 위한 다방면의 노력 필요"

택배사들이 코로나19, e-커머스 활성화로 배를 불리는 사이 현장인력들은 생사를 오가고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물동량이 30% 이상 늘어나면서 업무 과부하가 걸린 현장인력(택배기사)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올해 알려진 것만 10명이 넘는다.

택배노조는 줄곧 '과로사'를 주장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택배사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택배사들은 새백배송이나 당일배송 등 치열한 e-커머스 경쟁 속에서 수익은 챙겼다. 그러나 택배기사를 '사지'로 내몰면서도 관련 지원은 소홀히 해 택배기사들이 잇달아 사망하는 '예고된' 참사를 방치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택배사들은 올해 택배기사 사망건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뒤늦게 사과 및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수혜로 탄력 받은 택배3사

국내 주요 택배3사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다. 이들의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47.2%, 13.8%, 13.2%로 전체 74.2%에 달한다.

택배3사는 올해 상반기 택배물량 급증으로 수혜를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소비 증가, e-커머스 시장 확대 등이 맞물리며 올 상반기에만 16억 박스가 배송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물량인 28억 박스의 57%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5조165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 늘었다. 영업이익은 1420억 원으로 21.3% 증가했다.같은 기간 한진의 매출액은 1조687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9% 늘었다. 영업이익은 543억 원으로 34.7% 성장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액 1조386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 늘었다. 영업이익은 1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늘었다.


국내 택배시장이 하루 아침에 큰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은 최근 8년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4억598만 개 규모에서 2016년 20억4666만 개 규모로 4년 만에 45.6% 늘었다.

지난해 총 택배물량은 27억8980만 개로 전년 동기 25억4278만 개와 비교해 9.7% 성장했다. 2015년 이후 매년 10% 내외의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택배 물동량이 3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그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성장에 맞는 업무환경 개선, 4차산업시대에 따른 자동화 설비 도입, 물류센터 강화 등 다방면에서 택배사들의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은 처우 개선, 정착까지는 수년 필요

택배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택배사들이 그동안 방치했던 택배기사 처우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올해만 14명의 택배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택배사들은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기 위한 추가 분류지원인력 3000명을 이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된 만큼 추가 인력 투입 시 분류작업 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업무개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선택 근무제', 개별 택배기사에 물량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 등을 추진한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산재보험 가입도 모색한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해 자동화설비 구추구도 속도를 낸다.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할 방침이다.


한진은 이달 1일부터 심야배송을 중단했다. 당일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해 택배기사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분류지원인력은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1000명을 추가 투입한다. 분류시간 단축을 위해 2021년 적용 가능한 터미널을 대상으로 500억 원을 투자해 자동분류기 도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오전 분류작업이 1시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산재보험 100% 가입도 추진한다. 심혈관계 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도 회사가 부담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1000명의 분류지원이력을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전문 컨설팅 기관 및 대리점과의 협의를 통해 일일 적정 배송량을 산출하고 물량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5000억 원을 투입해 인프라 확충에도 나설 방침이다.

학계에서는 택배3사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커머스 활성화와 언택트 시대를 맞아 택배 수요는 앞으로도 급증할 것"이라며 "시대의 추세에 맞춰 과감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 설비 도입, 택배기사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도움 서비스 적용, 배달 수수료 합리화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 없지만 택배사들의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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