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는 배민 ‘오픈서비스’ 가맹점 반발↑…공정위 결합심사 넘어설까

시간 입력 2020-04-08 07:00:05 시간 수정 2020-04-09 07: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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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액제에서 주문 건당 5.8% 정률제 변경에 가맹점 부담 상승…이달 말 공정위 결합심사 영향 미칠 듯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이 지난 1일부터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광고 수수료 정책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했다. 시행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픈서비스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을 빚은 ‘오픈서비스’에 대해 가맹주들은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배민의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결합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늦어도 이달 말 공정위의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 배민의 결합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90일 기간연장이 신청됐고, 마감기한이 이달 30일까지다.

최근 공정위는 ‘2020 업무계획’ 발표에서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 인수합병(M&A)에 대해 소비자 피해 방지 측면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오픈서비스로 광고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면 가격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과 DH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오픈서비스…“선택의 여지없어” 부담↑

배민이 그동안 운영해오던 광고 수수료 체계는 크게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울트라콜은 월 정액 8만8000원을 지불하면, 배민 앱 상에 상호명이 올라가는 광고체계다. 오픈리스트는 메뉴 카테고리 최상단 3개에 무작위로 배치되는 것으로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오픈서비스의 경우 기존 오픈리스트 수수료를 1%포인트 낮춘 5.8%로 책정했고, 3개로 제한했던 광고 개수를 무제한으로 늘렸다. 배치 순서는 거리, 재주문율, 찜 개수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 정해진다.

그러다보니 울트라콜만 이용하던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오픈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해당 업주의 가게가 맨 하단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울트라콜만 운영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오픈서비스에 노출되는 매장이 많아져 고객이 울트라콜에 접근하려면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한다”며 “오픈서비스 비참여는 사실상 광고 포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픈서비스까지 신청하면 업주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울트라콜 이용가게의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 <사진제공=배민>
울트라콜 이용가게의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 <사진제공=배민>


배민 측은 “이번 개편으로 전체 입점 업소의 52.8%가 월 부담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특정 업주의 입장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연 매출이 30억 원(배민 매출만이 아닌 전체 매출) 이상인 대형업소 중 45%가 오픈서비스로 수수료 부담이 낮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배달앱 가운데 배민 이용률이 높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민의 시장점유율은 55.5%로 요기요(33.5%)와 배달통(10.8%)를 합친 것보다 높다.

김씨 역시 현재 매출의 70%를 배민을 통해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상향, 코로나 사태 등이 겹쳐서 시기가 좋지 않아 이번 수수료 체계 변경에 대해 배신감마저 든다”며 “자영업체가 단결해서라도 대안을 모색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배민이 주장하는 수수료 5.8%(부가세 포함 6.38%)가 세계 최저일지라도 배민의존도가 높은 업주는 김씨네 가게처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김범준 대표, “개선책 찾겠다”…공정위 의식했나

배민이 오픈서비스를 실시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비판에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나서서 수수료 체계가 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지난 6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김 대표는 오픈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의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 등의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공정위 결합심사를 넘기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달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집중도가 높은 시장의 사업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불공정행위를 막아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오픈서비스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면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아직 시행 일주일로 오픈서비스로 인한 업주들의 매출 타격이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이달 말에 예고돼 있는 공정위 결합심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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