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과도한' 주주권행사 우려 확산...경영간섭·시민단체 '2중대' 지적도

시간 입력 2020-02-24 07:00:01 시간 수정 2020-02-24 08: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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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주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방침을 정한 것을 놓고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몇몇 주주활동 방침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넘어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움직임에 일부 시민‧노동단체의 압박이 작용하고 있어 정부 공공기관이 '시민단체의 이중대'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과거 관치경제 시대의 기업 통제 관행이 모습만 바꿔 부활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8년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고 있고, 2019년 주총부터 국민연금의 안건 반대표 행사 등 적극적 의결권 행사 비중이 전년에 비해 높아지면서 실질적인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난해 12월 의결한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 등 스튜어드십 코드 후속조치들이 과도한 경영권 간섭의 우려를 낳으며 문제로 꼽힌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횡령과 배임,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이사 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사법기관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돼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정부이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시행령 개정을 통해 '5% 룰'이 완화됐으며, 지분보유 목적도 '일반투자'가 신설돼 기존 경영참여 목적의 활동에서 가능했던 이사 해임 청구나 배당, 지배구조 개선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은 주요기업 56개사의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또 수탁자 책임 활동 대상인 중점관리사안 중 하나로 임원 보수한도의 적정성까지 고려, 지급한도의 50% 정도가 적당하다고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모순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침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한 간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주주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노동단체의 압박이 '연금 사회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특히 효성과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몇 동안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수익성 악화 국면에 빠졌다. 실제로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년 새 각각 32.1%, 46.2% 줄어들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비상경영, 신사업 강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대상으로 삼은 56개 사로 범위를 좁히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단 17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가운데 참여연대 등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압박한 대림산업은 영업이익이 31.2% 늘며 실적이 개선됐다. 56개 사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효성 역시 1550억 원에서 2447억 원으로 57.9%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오너 경영인의 불구속기소 건으로 회사 실적과 가치를 끌어올린 경영인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참여연대 등의 주장은 국민연금의 수익성 극대화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다. 또 국민연금이 시민단체의 목소리만을 반영하고 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 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체질 개선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이런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56개 사의 경우 배당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당은 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인데, 이들의 2019년도 결산 배당성향(결산배당계획을 발표한 50개 사)은 20.77%였다. 이 중 4곳은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2019년 결산 배당성향은 2018년 결산(12.75%)보다 8%포인트 이상 더 높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지만 국민들이 낸 연금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판단으로 주주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 등이 반기업, 반재벌 목적의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으로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성희 기자 / lsh84@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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