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B마트' 운영 두달째…서비스경쟁력은 여전히 '물음표'

시간 입력 2020-01-30 07:00:07 시간 수정 2020-01-30 0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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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10시 50분. 다음 날 아침 식사에 필요한 식재료를 준비 못한 것이 떠올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B마트’를 이용해 봤다.

B마트는 그간 음식배달에만 매진하던 배민이 도심에 15개의 물류창고를 짓고, 가정가편식(HMR)과 생필품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배달대행이 아닌 직매입 형태로 운영된다.


B마트가 제시한 최소주문금액 5000원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유, 바나나, 토마토를 비롯해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간식까지 구매하니 총 9840원이 나왔다. 주문완료 후, 배민으로부터 32분 뒤에 도착한다는 내용의 알림톡이 왔다.

‘초소량 번쩍배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빠른 배송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20분 지연됐다는 알림이 울렸다. 물건을 받은 시간은 주문 완료 1시간 뒤인 저녁 11시 50분. 기자의 집에서 도보로 5분만 걸으면 편의점에 갈 수 있는 환경에서 B마트 서비스를 굳이 이용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주문한 제품은 모두 신선한 상태로 도착했다. 아이스크림은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꼼꼼히 포장한 상태로 와 녹지 않은 상태였다. 쉽게 상할 수 있는 우유, 바나나, 토마토 등도 아이스팩에 냉동 포장된 상태로 배달됐다. 여유 있는 시간, 편의점이 멀어 지금 당장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B마트는 꽤나 유용한 서비스다.

B마트를 이용해본 결과, 주문 과정이 편리하고 제품의 포장 상태가 훌륭하다는 점은 장점이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나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강점이 없어 이커머스 시장 속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이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먼저 웰빙이 트렌드인 요즘 신선식품을 구매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실제로 현재 B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의 개수는 3500여 종으로 타 이커머스 업체의 상품수보다 부족한 수준이다. 샛별배송을 내세운 ‘마켓컬리’는 7000여 개의 상품군을, 신세계 ‘쓱배송’은 신선식품 5000종과 가공식품 1만2000종을 보유하고 있다.

석촌에 거주하는 1인 가구 A씨는 B마트 이용 후,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 매우 한정적이고 품목도 대부분 가공식품이라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카테고리에 제공되는 품목 개수도 다양하지 못해 선택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최근 CU와 협업한 ‘요기요’의 편의점 배달 서비스는 소량의 물품을 빠르게 배달한다는 점에서 배민의 B마트와 유사하다. 다만 요기요는 배달대행 개념인 반면, B마트는 자체 재고를 보유한 직매입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요기요 배달은 CU에서 진행하고 있는 1+1, 2+1 이벤트가 적용된다. 소비자들이 동네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의점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품 한 개 가격으로 두 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마트는 이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커져가는 추세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2조7576억 원으로 전년 동월 10조6114억 원보다 2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8조4063억 원으로 이는 총 거래액 중 65.9%를 차지한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업에 이어 B마트까지 서비스를 확대한 이유 역시 이 같은 시장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합병(M&A)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DH가 기존에 운영하던 요기요에 더해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하면 국내 배달앱 시장 90% 가량을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심사 쟁점이 DH와의 M&A가 ‘독점’ 체계를 형성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만큼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선 시장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시장획정이 달라지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1월 서비스 정식 출시 이후, B마트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27일까지였던 배달팁 무료 이벤트를 다음달 16일까지 연장하는 등 고객 모으기에 한창이다.

우아한 형제들 관계자는 “이벤트 이후 배달비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단 구매 금액별로 25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배달비를 책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료이지만, 배달비가 책정되면 자연스럽게 가격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격, 제품군, 배달 속도 등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B마트만의 매력이 아직 부재한 상황에서 배달료까지 부과되면다면 B마트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하지만 배민은 B마트 서비스 보강을 위해 상품군을 확충하는 동시에 물류창고도 늘릴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물류창고는 지역 거점에 짓는 구조라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게 되면 그 지역 내 최적의 장소에 물류창고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 지역 내 15곳에만 물류창고가 있으며, 서비스는 서울 전 지역과 인천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문영 기자 / mych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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