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2열 무릎 공간의 여유
전 유리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선사한 정숙성
후륜 에어 서스펜션이 받쳐 주는 우수 승차감
수입 준대형 세단 시장은 오랫동안 독일 3사의 텃밭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판을 양분하고, 세대를 바꾼 아우디 A6가 잃었던 자리를 되찾겠다고 노리는 구도다. 볼보 S90은 이 경쟁에 다른 셈법으로 끼어든다. 가속의 쾌감이나 첨단 디스플레이의 화려함이 아니라, 고요함과 편안함이라는 오랜 미덕을 전면에 내세운다. 2026년형으로 넘어오며 B5 울트라 트림에 리어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적용된 가운데 그 방향성은 한층 또렷해졌다. 검은 그릴과 어두운 크롬 장식으로 마감한 다크 테마의 S90 B5 울트라 모델을 최근 며칠간 몰았다.
신형 S90은 부분변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앞모습을 손봤다. 전면은 사선 메시 패턴을 넣은 격자형 그릴과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로 XC90 최신 모델과 결을 맞췄다. 다크 테마에선 이 그릴과 윈도우 몰딩이 검게 처리돼 전장 5090mm의 차체가 더 낮고 길어 보인다. 시동을 걸고 끌 때 순차적으로 점등·소등되는 웰컴·페어웰 라이트 시퀀스는 과하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남긴다.
후면 테일램프는 기존 C자형에서 전면 그래픽과 호응하는 형태로 다듬었다. 후면 범퍼에 있던 번호판을 트렁크 리드로 올려 뒷모습의 시각적 무게 중심을 끌어올렸다. 요란한 캐릭터 라인을 배제한 볼보 특유의 면 처리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10년 뒤에 봐도 촌스럽지 않을 디자인이라는 점은, 감가와 재판매를 염두에 두는 소비자에게 간과할 수 없는 강점이다.
S90의 핵심 경쟁력은 3060mm의 휠베이스로 요약된다. 국내에는 롱휠베이스 사양만 들여오는 덕에 S90은 E클래스·5시리즈·A6가 나란히 3m 벽을 넘지 못하는 이 체급에서 홀로 가장 긴 축간거리를 확보했다. 그 차이는 2열에 앉는 순간 체감된다. 앞좌석을 넉넉히 뒤로 뺀 상태에서도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여유롭게 들어간다. 쇼퍼 드리븐까지는 아니어도, 2열 거주성을 우선하는 소비자라면 동급에서 가장 먼저 후보에 올릴 만하다.
여기에 2열 통풍 시트가 더해졌다. 열선은 흔해도 통풍은 이 체급에서조차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뒷좌석 승객까지 배려한 구성이 눈에 띈다. 대시보드는 큰 틀을 유지한 채 중앙 디스플레이를 세로형 11.2인치로 키웠다. 픽셀 밀도를 높여 해상도가 선명해졌고, 티맵 오토와 누구 오토를 품은 볼보 카 UX는 국내 사용 환경에 맞게 다듬어졌다. 19개 스피커에 1410W를 뽑아내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는 이 가격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급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S90이 승부를 거는 지점은 정숙성이다. 1열과 2열에 모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한 부분은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돋보인다. 아우디는 신형 A6에서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리어 윈도우까지 확대한 것을 정숙성 개선의 근거로 내세웠는데, S90은 전체 유리에 이미 적용을 마쳤다. 실제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풍절음이 억제되는 폭이 확연히 느껴졌다. 시속 100km 구간에서 노면 소음과 바람 소리가 실내로 들어오는 양이 적어 뒷좌석 승객과 평상시 목소리로도 대화가 가능했다. 정숙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소비자라면, 가장 높은 점수를 줄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은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B5다. 최고출력 250마력, 8단 자동변속기와 전륜구동 조합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2초에 도달한다. 도심 주행에서 신호가 바뀌어 출발할 때 부족함은 없다.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가 재시동과 초반 가속을 매끄럽게 보조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가 잦은 구간에서 이질감이 적다.
다만 성격은 명확하다. 가속을 앞세우는 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려 하면, 터보가 힘을 싣기까지 짧게 지연되는 이른바 터보랙이 이따금 느껴진다. 반응이 즉각적이길 기대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차의 무게중심이 가속이 아니라 안락함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납득이 되는 세팅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운 편이라 큰 덩치에 비해 도심에서 다루기 수월하다.
2026년형에서 B5 울트라에 기본 적용된 후륜 에어 서스펜션은 이 차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순간 뒷바퀴로 올라오는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낸다. 요철이 이어지는 국도에서도 잔진동을 걸러내는 완성도가 높다. 초당 수백 회씩 차와 노면, 운전자를 읽어 감쇠력을 조절하는 섀시 제어가 뒷받침된 결과다.
공인 복합연비는 11.5km/L로, 숫자만 보면 평범하다. 그러나 실주행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연비를 의식하며 정속 주행 비중을 높였더니 연비가 18km/L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48V 시스템이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고 정속 구간에서 엔진 부담을 덜어주는 만큼, 탄력 주행을 곁들이면 공인 수치를 크게 웃돈다. 60L 용량의 연료탱크를 감안하면 장거리 주행에서 급유 스트레스도 적다. 순수 전기 주행을 기대할 시스템은 아니지만, 효율을 챙기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파워트레인이다.
2026년형 S90 B5 울트라의 가격은 7390만원이다. 2.0 가솔린 엔트리 트림인 벤츠 E200, BMW 520i와 겹치는 구간이다. 이들이 후륜 기반인 반면 S90은 전륜이라는 차이는 있다. 같은 가격대에서 독일 세단은 브랜드 파워와 운전의 즐거움, 첨단 인터페이스를 내건다. S90이 내세우는 것은 동급 최고 수준의 2열 공간, 전 유리에 두른 이중접합 차음유리에서 오는 정숙성, 리어 에어 서스펜션이 빚어내는 승차감이다.
폭발적인 가속과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운전자에게 터보랙과 무난한 성능은 감점 요인이다. 그러나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는 시간이 길고, 조용하고 편안한 이동을 우선하는 소비자라면 이 차의 점수는 크게 올라간다. S90은 독일 3사와 정면 대결을 하는 대신, 그들이 비워둔 자리를 정확히 파고든 세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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