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통합교섭’ 노사 갈등 ‘뇌관’ 터지나…“수익성 다 다른데, 어떻게 맞춰주나”

시간 입력 2026-08-13 07:00:00 시간 수정 2026-08-12 17: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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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 “계열사별 150회 교섭은 소모적”…본사에 교섭 요구
20일 통합교섭 킥오프…노사관계 재편, ‘판교모델’ 시험대
기업 “사업특성·수익구조 격차 커…통합 반영 부담 커”

카카오 노조가 첫 파업까지 불사하며 3개월 만에 임금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이번에는 네이버 노조가 IT업계 최초로 모기업 대상의 ‘통합교섭’을 공식화 하면서 노사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각 계열사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모기업과 공동 교섭을 통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가 개별 기업의 특수성, 수익성을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네이버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 토론회’에서 “16개의 법인에서 매년 개별 교섭을 진행하면서 연간 150회 교섭이 열리고, 노사 교섭위원 100여명이 1000시간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며 통합교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교섭 내용은 대부분 동일함에도 법인별 법무법인 자문료 등 무의미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분 구조 △이사회 구성 △매출 종속성 등을 근거로 네이버 본사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명확히 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 지분 100%, 스노우 90%, 네이버파이낸셜 89%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과반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 이사진 상당수가 네이버 임원의 겸직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엔테크서비스, 그린웹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2차 자회사 4곳의 경우 영업수익의 100%가 네이버 계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등 구조적 종속이 심화된 상태다.

실제 근로조건과 인사제도 역시 네이버 본사의 결정에 따라 계열사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돼 왔다는 설명이다. 2018년 포괄임금제 폐지, 2021년 추가 보상제도(1차 자회사 연 1000만원 주식, 2차 자회사 현금 지급) 및 완전 재택·오피스 근무 선택제 등 핵심 제도가 네이버 본사 결정에 따라 전 계열사에 동시 적용됐다는 것이다.

통합교섭의 법적 근거로는 개정 노동조합법(제2조 제2호)이 제시됐다. 해당 조항은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T 기업집단은 사업 기능이 분산돼 있지만 예산과 임금 재원, 보상체계, AI·알고리즘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 등 핵심 권한은 모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모기업이 교섭에서 배제된 채 법인별 교섭만 이뤄지면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농협유통노동조합 위원장이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국회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캡처>

업계에서는 네이버 노조의 통합교섭 요구를 단순한 교섭 방식의 변화를 넘어, IT 기업집단 내 모기업과 계열사 간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시도로 보고 있다. 

당장, 당사자인 네이버는 노조가 통합교섭의 명목으로 본사에 어떤 요구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가장 큰 쟁점은 교섭 권한의 모호화다. 계열사별 독립법인 지위와 모기업의 실질적 지배력 사이에서 교섭 권한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각 계열사별로 사업영역이나 경영상의 특수성이 큰 데, 이러한 차이를 통합 교섭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네이버 계열사는 클라우드, AI, 모빌리티, 금융,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통합교섭이 도입될 경우 계열사별 사업의 특성과 수익구조 차이가  너무 커, 이를 통합교섭 이라는 명목으로 한 테이블에서 반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5.3%로 하는 임금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파업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노조가 새롭게 통합교섭 카드를 요구할 경우,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실제, 각 노조가 모기업인 네이버를 상대로 본 교섭을 요구하면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명시할 경우, 카카오와 유사한 갈등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통합교섭은 결코 특혜가 아니며, 이미 모기업 중심으로 통일되게 운영되는 현실을 교섭 형식에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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